[천왕봉] 껍데기는 가라
[천왕봉] 껍데기는 가라
  • 경남일보
  • 승인 2021.04.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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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승과 참패란 두 낱말로 선거는 끝났다. 끝난 지 고작 열흘 지나오며 압승은 어느새 교만으로 대체되고 있다. 만인이 야당 압승은 안철수의 양보 덕택이 크다고 한다. 하나 당대표 내려놓고 떠난 김종인은 안철수 측의 이런 자평에 ‘건방지다’는 폭언을 날렸다. 참패 쪽은 ‘겸허히…’ 운운하더니 금세 “기껏 1년짜리 단체장 두 자리”란다. 양쪽 다 오만과 독선이다.

▶선거는 선택일 텐데 이번 투표는 많은 이에게 선택 아닌 ‘배제 행사’였다. 무엇이 최선이고 어디가 차선인지 도무지 짚을 수가 없었다. 하여 최악을 배제하고 차악(次惡) 찍기를 한 거다. 한데도 겸연쩍을 법한 양당은 짐짓 쑥쓰럽고 미안한 척하는 표정관리조차 없다. 승자는 유권자를 자기편인 줄로만 알고, 패자는 “그래서 어떻다는 건데?” 이다.

▶해마다 4월 이맘때면 신동엽(申東曄)의 준열한 명령이 떠오른다. ‘껍데기는 가라’. 역사 속 여러 사건들을 바라본 화자가 허위나 겉치레는 꺼지고 순수한 마음과 순결한 것만 남아 있기를 염원한 시다. 4·19와 동학 혁명의 순수한 민주 열망, 민중의 정의를 알맹이로 하고 이 알맹이만 남으라고 외친 그 절창의 절규 말이다.

▶이번 4월은 어쩐지 지난 선거와 ‘껍데기 시’가 뇌리에 겹친다. 4·19 함성 푸르게 메아리져 간 서울 부산에서 20대 남의 야당 지지가 72.5%나 됐다는 사실에서, 언필칭 촛불당은 20%남짓 얻었다는 데서, 승패 후 재빨리 교만을 회복하는 여야를 바라보면서 더욱 그렇다. 17행 시에서 7번이나 거듭된 ‘껍데기는 가라’가 선거 끝에 왜 자꾸 환청처럼 덮쳐 오는가.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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