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희망이 좌절된 지방은 분노하고 있다
[경일시론]희망이 좌절된 지방은 분노하고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4.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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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희망이 크면 그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있다. 희망이 좌절되면, 실망·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그리고 분노에 이른다. 희망과 기대감이 클 때는 이해와 수용, 화합의 감정이 가득하다. 대다수를 긍정적으로 만든다. 그러다 희망했던 것이 조금씩 좌절된다. 그래도 가능한 희망을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위안을 삼는다. 이후에도 희망이 계속 좌절되면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계속 이어지면 실망과 배신감이 분노로 바뀌게 된다. 분노가 극에 달하면 그 분노에 자포자기적 감정까지 더해져 분노가 아무런 억제없이 표출된다. 파괴 단계다. 파괴 단계에서는 여지없이 정권이 무너졌고, 권력층의 말로는 비참했다. 프랑스대혁명이 그러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촛불혁명이 그러했다.

2017년 5월 장미대선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이게 나라냐”하는 비아냥과 분노가 넘쳤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깨져 배신과 분노가 들어찼고, 파괴 단계로 이어졌다. 결국 정권이 몰락했고, 그 댓가는 컸다. 정권이 바뀌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다. ‘나라다운 나라’, ‘골고루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컸다. 특히 지방에서 거는 기대감과 희망이 더 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형국가’를 주창했다. 취임 후에는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 국정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2017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는 ‘대통령과 광역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 신설과 지방선거때 지방분권형 개헌 추진을 약속했다. 또 역대 정부 중에 가장 강력하게 국가균형발전을 추진, 실행했던 노무현 정부 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2018년 2월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선포식), ‘총선 이후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가 지정을 검토하겠다’(2020년 1월 신년기자회견)고 약속했다. 집권 여당 민주당도 앞다투어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실행하겠다고 했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2018년 9월), ‘제2의 혁신도시를 만드는 일을 하겠다’(2019년 1월)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하여 국회·청와대·정부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2020년 7월)고도 했다. 그리고 ‘혁신도시 시즌2 시행’과 ‘공공기관 2차 이전 추진’을 수시로 내뱉었다.

지방에서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국가균형발전 추진의지에 크게 고무됐다. 이제 지방도 수도권 못지않게 발전하겠다는 기대와 희망이 컸다. 딱 거기까지였다. 말만 앞세웠을 뿐 이뤄진 게 거의 없다. 지금 보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국토균형발전을 이용했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문재인 정권 1년을 남겨 놓은 지금 결과가 그렇다. 그래도 지방에서는 집권 3년 차까지는 일부세력과 야당의 반대 때문에 약속했던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실행이 지연되고, 늦춰지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는 그 기대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지방의 간절함이 빚어낸 자기위안·자기부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상 그 기대와 희망이 무너졌다. 지방에서는 남은 1년, 그동안 약속했던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실행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지방은 분노해 있다. 4·7 재보선 결과를 보면 지방의 분노가 얼마나 높은 지를 알 수 있다. 단테는 그의 대표작 ‘신곡’에서 “지옥은 모든 희망이 없는 곳이다”라고 했다. 지금 지방이 딱 이 상태다. 이 분노가 파괴 단계로 가면 정권이 무너지는 제2의 촛불혁명이 일어날 수가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약속했던 일부라도 실행해야 지방의 분노를 달랠 수 있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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