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에 “코로나 검사받으시죠” 늑장 전화
확진자에 “코로나 검사받으시죠” 늑장 전화
  • 백지영
  • 승인 2021.04.19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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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의약품 구매자 검사 허점…진통제 구매 4일 후 검사권유 전화
구매자 이미 확진 받고 병원치료 중…‘방역 모범사례’ 자화자찬 무색
진주시가 ‘해열·진통제 구매·처방자 진단검사’ 행정명령 제도상의 허점으로 일부 코로나19 유증상자가 진통제 등을 구매한 지 한참 지나 검사를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유증상자는 지인 확진으로 진행한 검사에서 이미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는 도중에 진주시 검사 권유 전화를 받고 늦은 행정 처리에 분통을 터뜨렸다. 약국에서 진통제를 산 지 4일이나 지나서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진주시는 목욕탕발 집단감염 당시 유증상자가 병원 등을 방문하고도 검사를 늦게 받았던 것을 계기로 ‘해열·진통제 구매·처방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행정명령으로 병·의원, 약국, 편의점 종사자는 해열·진통제를 구매하거나 처방·조제받은 사람에 대한 명부 작성이 의무화됐다. 해열·진통제를 구매하거나 처방·조제받은 사람에게도 48시간 이내 검사를 의무화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고발 조치와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진주시는 병·의원, 약국, 편의점으로부터 매일 1차례 이상 명부를 넘겨받아 구매자 등에 전화를 걸어 증상을 묻고, 치통 등을 제외한 코로나 의심 증상자에게는 즉시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해왔다. 주말, 야간 공백을 막기 위해 상황반에 요원 14명을 배치해 관리에 들어갔다.

전국에서 최초로 이러한 제도를 시행한 진주시는 최근 수도권에서 이를 기반으로 유사 제도 운용에 나서자 ‘지자체 방역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열·진통제 구매·처방자 진단검사’ 제도상 허점으로 일부 코로나 의심 증상자는 해열·진통제를 구매한 뒤 한참 지나 검사 권유 전화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오후 1시께 진주시민 A씨는 몸이 뻐근한 느낌에 약국을 방문해 진통제를 구매했다. A씨에 따르면 약사는 그에게 “월요일(12일)에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올 것”이라며 명부 작성을 권했다.

A씨는 이후 11일 지인의 확진 소식을 듣고 12일 검사를 진행해 13일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런데 A씨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인 14일에서야 진주시로부터 검사를 권유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확인 결과 해당 약국은 10일 A씨 등에 대한 명부를 주말이 지난 12일 오후 2시께 진주시로 전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진통제를 구매한지 48시간 이상 지난 시점이다. 명단 수령일 저녁 늦게 A씨의 확진 소식을 접한 진주시는 검사 권유 전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가, 재차 명단이 통보되자 14일 전화에 나섰다. A씨와 같은 약국을 이용한 유증상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약 구매 사흘째인 13일에 검사 권유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정보 전달이 즉각적으로 가능한 시대에 월요일에야 명단이 진주시로 넘어가는 것도, 월요일 명단을 받은 진주시가 수요일에야 전화를 거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가 진통제 구매일 오후 만난 지인들 역시 감염됐는데 만약 구매 당일 진주시 보건소로부터 강력한 검사 권유 전화를 받았다면 약속을 취소해 지인 감염 등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항변했다.

특히 A씨는 현재 급속도로 확산하는 ‘진주 지인모임 집단감염’ 초창기 확진자로, 그가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보이지 7080 라이브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A씨 가족에 대한 검사가 이뤄졌다.

A씨 검사 권유가 약 구매 직후 신속하게 진행됐다면 이후 n차 전파 사례도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제기된다.

진주시는 늦게 명단이 도착한 A씨에 대해 수령 직후 검사 권유 전화를 걸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의 해열제 구매자 등을 관리하다 보니 전산 입력 등에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관리반 14명이 투입돼 매일 추가되는 700~800명에 2000통 가까운 전화를 걸어야 하므로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당 약국이 명단을 48시간 이상 지나 통보한 것에 대해서는 “토요일 낮에 영업을 마치고 일요일에는 쉬는 곳이다 보니 월요일이 돼야 명단을 통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진주시가 지난 12일 행정명령을 해제했던 만큼,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약국 측이 10일 구매자 명단 송부에 소홀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향후 다시 행정명령을 발령하게 된다면 주말 명단 통보에 차질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진주시는 지난 12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하향하는 과정에서 이 행정명령을 해제하고 명단 작성과 검사 등을 ‘권고’로 바꾸면서 사실상 제도 운용을 중단한 상태다. 병·의원, 약국, 편의점에게 구매·처방자 명부 작성을 요구하는 작업, 명부를 전달받아 유증상자에게 검사를 권유하는 작업 모두가 멈춰 섰다.

지인모임 관련 집단감염 여파로 19일 오후 3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됐지만 현재로서는 관련 행정명령을 다시 발령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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