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조갯국을 먹다가 해감 안 된 조개가 나왔다. A는 이 조개 때문에 조갯국 다 버렸네, 조개는 먹기 힘들어. B는 조개는 그저 입 다물고 있었을 뿐이야, 우리가 조심해야지. C는 이 조개 어디서 샀어? 다신 가지 말자. 입 다문 조개 하나에 이렇게 반응이 달랐다. 해당 조개들만 가려내고, 다음 요리 땐 해감이 잘 되는 법을 개발해 나가면 될 일을, 지금 당장 화난다고 조갯국 전체를 버리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LH 사태도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
경남혁신도시가 진주에 자리 잡은 이후 주변에 LH 입사 소식을 자주 접하는 요즘이었다. 예전엔 지방 중소도시 대학생들은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는 공기업 취업을 위해 여차하면 서울로 가야 하는 분위기였는데 말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기업인 LH가 진주살이 7년째가 되어 우리들의 친한 친구가 되어 가는 시점에 들려 온 소식이라 더욱 청천벽력이었다. 여러 낭패감 중의 하나는, 이로 인해 LH 신규직원 채용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 대규모 채용을 해 온 LH가 올해 1월에 사전안내 공고했던 총 1210명의 채용 계획을 이번 사태로 절차를 미룬 상태다. 특히 지역인재할당 채용에 희망을 걸고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 온 이 지역 취준생과 가족들의 허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공기업이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서 주어진 정보를 이용하여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 해결방안으로 어렵게 통합된 LH를 다시 분리하거나 조직을 큰 폭으로 바꾸는 건 더 진중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특히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벌어졌던 혼란의 본질은 비단 LH 사태만은 아니다. 공정·정의로 축약되는 가치를 뿌리 삼아 정권을 잡은 정부·여당이 그동안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신뢰를 받지 못했던 축적물이 LH 사태로 임계점을 넘어 부메랑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정부·여당은 부정적 여론을 돌리고자 손쉬운 LH 손절이 아닌, 촛불연합의 초심으로 돌아가 선택적 공정에 따른 정부·여당의 내로남불을 하나씩 해소해 나가는 것이 본질적인 해법이 아닐까. 부디 LH 사태가 제 궤도에 맞게 잘 수습되어 어렵사리 형성된 낙후지역사회의 희망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를 바란다. 이 지역의 취준생들 누구나 입사의 꿈을 꿀 수 있는 친근한 LH로 온전히 남아주면 좋겠다. 언제까지 애꿎은 조개 탓만 할 것인가!
윤창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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