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사람이 먼저, 2014년 4월은 끝나지 않았다
[여성칼럼] 사람이 먼저, 2014년 4월은 끝나지 않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4.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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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보당 진주시 부위원장)
 


사춘기 자녀와 씨름하던 지인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임형주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다는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내 아이는 이렇게 내 앞에 살아있으니 참말로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 최근 진주시 가좌동에 있는 한 세탁소 옆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리본이 크게 그려진 간판이 내걸렸다. 보통의 시민이 그저 기억하고 싶어서 마음을 먹고 내걸었다고 한다(세탁소 옆 세월호 추모간판 ‘그저 기억하고 싶었어요’(3월 21일 단디뉴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직접적인 피해자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새 잎이 초록으로 물들어 마음을 설레게 했던 4월의 봄은 이제 시리고 아프다. 이토록 오랜 기간 동안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머물러 있을 줄 몰랐다.

‘사회적 참사의 추모는 기억과 애도, 그리고 진실의 소통을 통해 손상된 사회관계와 역량을 회복하는 치유의 과정이다.’ 세월호 7주기를 맞아 진주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전시회와 공연이 열렸고, 4월 16일 당일은 경상대학교에 있는 故 유니나 선생님의 추모비 앞에서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선생님으로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고 함께 별이 된 그녀의 추모비 앞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감정으로 공감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평소에 잊고 살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제대로 밝혀주지 않는 국가에 대한 분노 또한 숨길 수가 없다.

촛불혁명으로 자리 잡은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를 바다 위로 떠올렸을 때 모든 것이 밝혀질 줄 알았다. 그것이 마지막이라니…. 아이를 잃은 부모들, 아이를 구하다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곡기를 끊고 목숨을 걸고 외쳐도 외면하는 지금의 정부의 실체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세월호 크루’라는 익명 채팅방이 존재하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아냥거리고 혐오하는 사태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뉴스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생각이 다른 시민들이 서로를 향해 비난하고 생채기를 내며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들여다보며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본다. 사고가 났고, 그 사고를 제대로 규명해내지 못하면서 발생한 많은 일들을 누가 설명해주어야 하는가? 국가이다. 그런데 국가는 뒷짐 지고, 시민들이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고 있는 현실에서 슬쩍 빠져있다. 아이리스 영이 지적했듯이 우리가 그저 눈감았던 작은 관례들, 합법적인 비윤리적인 행위들이 모여서 거대한 부정의한 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구조적 부정의함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변화를 위해 실천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그녀가 말하는 정치적 책임감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 있어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특히 정부가 가장 먼저 느껴야 하고 앞장서서 실현해야나가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진상규명하지 않고, 구조적 부정의함을 쌓아간다면 거대한 부정의를 또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일관되게 유체이탈 화법을 즐기고 있는 정부이기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면 시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거대한 부정의를 인식했기에 촛불을 들었던 우리다. 7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얼마나 변화해왔는가.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는가 직면하고 성찰하고 실현해나가야 한다. 정의로운 약자들이 연대하여 정치적 책임감을 행사해야한다. 잊지 않아야 할 4월, 정치적 책임감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서 보자.

전옥희 (진보당 진주시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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