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택시 두고 진주 택시업계 갈등 심화
카카오 택시 두고 진주 택시업계 갈등 심화
  • 백지영
  • 승인 2021.04.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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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 관련 일부 서비스 유료화 수순에 나서면서 진주를 중심으로 택시 업계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카카오 측과 가맹 계약을 맺거나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기사들은 시대 변화에 따른 생존 전략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에 반대하는 측은 카카오 수수료 등이 과다하다고 반발하며 단체 행동에 나선다.

지난달 24일 진주에서 ‘카카오 T 블루 택시’ 45대가 출범식을 열고 운행을 시작했다. 진주 전체 택시 1700대(법인685대·개인1005대)의 2.6%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카카오 T 블루 택시(이하 T블루)는 카카오 측과 지역 택시 간 운송가맹계약을 통해 운행되는 플랫폼 택시다. 전국 상당수 지역에서 이미 운영 중이지만 경남에서는 진주가 ‘첫 상륙지’다.

2년 전부터 T블루를 눈여겨 보던 진주 A법인택시 노조가 사측에 가맹을 강력 요구하면서 이곳 택시 45대가 가맹을 맺었다.

T블루는 카카오 등 기존 택시 앱이나 콜택시는 기사가 승객의 목적지에 따라 호출에 응할지 선택했던 것과는 달리, AI가 자동으로 기사에게 인접 승객을 배차해주는 ‘자동 배차’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기사가 배차된 승객의 목적지를 모르는 채 내비게이션 안내 최적 경로로 운행하는 특성상 부당 요금 징수가 없고 승차 거부가 없다는 점 등을 내세운다.

승객에게는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지만, T블루 기사에게는 월 수익의 일부를 가맹 수수료로 받는다. 마케팅 활동비 명목으로 되돌려 받는 금액을 고려하면 기사들의 월매출 4~5%가 카카오 측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카카오 택시 호출자가 급증한 만큼, T블루에 관심을 두는 법인·개인 택시 기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진주 A법인택시에서는 T블루 가맹 이후 기사 월 순수익이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 증가 소식에 가맹본부에는 자신도 가맹하고 싶다는 진주지역 일부 개인택시 기사들의 요청이 1달째 매일 2~3차례 들어오고 있다.

문제는 주류를 이루는 기존 택시 업계 반발이다. 카카오 측이 호출 시장 내 지배적 위치를 이용해 택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카카오 측이 T블루 운영 외에도 지난 3월 선호 목적지 호출을 우선 배차해주는 유료 멤버십(월 9만9000원)을 출시하는 등 더는 비과금 기사가 호출을 받기 힘들도록 사실상 유료화 행보에 나섰다고 진단하고 있다.

진주지역 한 택시기사는 “카카오가 유료 멤버십과 T블루 운영을 시작한 뒤로 카카오를 통한 호출은 전멸에 가깝다”라며 “예전엔 하루 10~15건이었는데 이제는 겨우 1건 받는 수준”이라고 푸념했다.

지역 택시 단체는 T블루 운행에 나선 A법인택시를 일종의 배신자로 보고 전화 호출을 받지 못하도록 통합 콜센터에서 제명했다. 업계 내에서 T블루 기사들을 따돌리고, T블루 택시 이동을 차량으로 가로막는 등 기사 간 감정싸움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진주지역 택시 단체들은 기사들 부담이 덜한 ‘진주택시’ 앱(무료)과 최근 진주지역 콜센터 4곳을 통합한 ‘진주콜’(월 3만원)을 이용하자며 5월부터 ‘카카오 택시 앱 삭제 운동’에 들어간다.

이우용 진주개인택시지부장은 “기사들이 단체로 5개월 정도 카카오 택시 앱을 사용 안 한다면 호출 시장 중심축이 진주콜·진주앱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며 “수수료 명목으로 지역민들의 돈이 타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승객들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진주시 역시 자체 운영하는 ‘진주택시’ 앱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민 상대 홍보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2016년 출시된 ‘진주택시’ 앱이 5년째 시민들의 외면을 받아왔던 만큼 하루하루 벌이에 급급한 기사들이 얼마나 ‘카카오 택시 앱 삭제 운동’에 동참해줄지는 미지수다.

부산경남지역 T블루 가맹 모집 사업자 측은 “지역 택시업계가 기득권을 주장하기 전에 승객들이 왜 카카오 택시를 선택하는지 근본적인 부분부터 생각해봐야 한다”며 “품질·서비스를 개선해 택시 관련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택해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
지난달 24일부터 진주에서 운행을 시작한 카카오 T 블루 택시가 카카오 측과 가맹 계약을 맺고 이를 운행하는 한 법인택시 차고지에 주차돼 있다.
27일 진주지역 한 택시에 무리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카카오 호출 대신 지자체가 운영하는 앱을 사용해 달라는 시민 호소 안내 팻말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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