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을 읽고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을 읽고
  • 경남일보
  • 승인 2021.04.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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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2021년 4월 30일은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111번째 돌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이제 이날을 축하해 줄 주체가 없어져 세인들의 기억 속에 사라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아 애타는 마음 금할 수 없어 그날의 의미를 새기 본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1910년 4월 30일 진주공립실업학교로 개교한 이래 110년의 긴 역사 속에서 8번이나 학제와 교명을 바꾸면서 끊임없이 발전적 변모를 거듭하며 수많은 동량을 배출했다. 우리나라 현대불교의 큰스님 청담 대종사, 대하소설 지리산의 작가 나림(那林) 이병주, 서예의 거장 은초(隱樵) 정명수 옹과 내고(乃古) 박생광 화백을 비롯한 6만 명에 이르는 동문이 경향 각지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2021년 2월 28일 기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110년의 역사를 가진 대학이 문을 닫으며 내놓은 변(辯)이 “나무 한 그루 심는 심정으로 백년대계의 교육을 생각한다”라고 하며 몇 가지 토(吐)를 단다. 첫째, 두 대학 통합의 첫 기치는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지방대학의 절박함에 자구책의 하나로 통합의 차선책을 선택한다”라고 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지방대의 어려움은 해가 갈수록 심화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지방대 71곳이 ‘3대 1’ 이하였으며, 심지어 창원대마저 ‘2.5대 1’이다. 그러나 경남과기대는 ‘3.03대 1’로서 중위 그룹에 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영향은 고스란히 지방대에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남과기대는 국립대학이라는 프리미엄으로 생존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노력 여하에 따라 성장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둘째, ‘자구노력보다 포기가 빨랐다’라는 것이다. KTX의 ‘빨대효과’의 염려보다 ‘풍선효과’의 긍정적 효과는 간과했을 뿐 아니라, KTX 완공은 7년 이후의 일이다. 그동안 대학의 생존을 위하여 구조개혁 즉 특성화 사업의 발굴과 대학 정원감축이라는 미래 청사진에 대한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했어야 한다. 즉, 특성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자구적 노력을 해야 한다. 옛말에 “죽을힘을 다하면 무엇을 못 이루랴”한다. 과연 우리 대학은 “죽을 각오로 털 뽑히는 아픔을 감내하는 혁신을 얼마나 하여 보았는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셋째, 두 대학의 통합으로 “경상국립대학은 4,313명의 신입생을 뽑는 큰 대학이 되어 유명한 국내 대학과 경쟁이 가능해졌다”라고 한다. 이는 통합의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생각이다. 4천여 명의 신입생 모집보다 천명 미만의 특화된 교육으로 인재를 육성할 때 21세기 대학으로 발돋움할 기회는 훨씬 많은 것이다. 세분화하여 특화할 때 작지만 강한 조직(대학)으로 살아남을 개연성이 훨씬 높은 것이다. KAIST, POSTECH, UNIST에서 ‘강소대학’의 생존전략을 보았다.

넷째, 경상국립대학은 한강 이남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대학으로 국내 최초로 국립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학이라 한다. 그러나 경상국립대학의 홈페이지 어디에도 110년의 역사를 소개한 자료는 없다. 그뿐만 아니라 ‘4월 30일 개교기념일’이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국립경상대학과 경상국립대학의 차별성은 무엇인지 헷갈릴 뿐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하며 “나무 한 그루 심는 심정으로 교육을 생각한다”라고 한다. 그러나 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키우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자이며 관리자이다. 한번 뽑아낸 나무는 다시는 살릴 수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움과 30년 가까이 몸담은 사랑이 깊어 개교기념일에 즈음하여 넋두리해 본다.
 
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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