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생명의 근원, 어머니
[경일춘추]생명의 근원, 어머니
  • 경남일보
  • 승인 2021.05.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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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영 (시인·마루문학회장)

 

어머니와 여자의 차이는 젖이다. 생명의 근원, 어머니에게서 생존을 위해 취하는 것이 젖이다. 그래서 어미 모(母)에서 두 점은 여성의 젖을 형상화한 것이 된다. 그러나 자칫 획을 잘못 쓰면 말 毋무가되니 조심해야 한다. 毋는 母에 한 획을 그어 금지사로 무엇을 말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젖 물린 어미를 여성으로 보지 말라는 가르침이 담긴 글자이다. 그뿐인가. 사람人머리를 결합하면 매양 매(每)로 한결 같은 모성의 의미를 취해 어머니의 한결같음을 글자로 나타내고 있다. 친할 친(親)은 동네 어귀에 있는 나무처럼 높은 곳에 서서 돌아오는 자식의 여정을 살피는 모습을 나타낸다. 親의 글자 안에는 설립(立)이 들었고 나무 목(木)이 들었으며 볼견(見)이 모여 만들어진 합성어이다.

모친은 어머니를 부친은 아버지를 의미하는 한자이고 양부모님을 줄여 양친(兩親)이라 부른다. 친자(親子)라는 말은 자식을 말하는데 우리나라 말에서는 보편적으로는 쓰이지 않는 말이 돼버렸다. 가족은 이렇게 모두 親으로 맺어진 한자가 관계성을 보여준다. 다만 기다림의 주체인지 객체인지가 다를 뿐이다. 본능적으로 이 부분은 자식보다는 부모가 기다림의 주체가 된다.

세자매가 자식으로 돌아가는 길이 친정 나들이이다. 큰 언니 전활 받고 작은 언니에게 연락을 취해 우리 세 자매는 함께 친정나들이를 간다. 작은 언니와 나는 가까이 살지만 부산에 사는 큰언니는 요즘엔 그리 자주 오질 못한다. 열여덟 동갑내기로 결혼해 여든여덟이 되셨으니 70년의 세월이다. 지금은 자유로이 오가는 친정이지만 어머니는 관습 탓에 돌아갈 친정이 멀었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 친정이 사라졌다. 70년을 한결같이 어머니의 직분을 잃지 않으시려 애쓰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고 세월을 빗겨가지 않는다. 그렇게 오남매는 세상에 나왔고 이렇게 가정을 꾸리는 원동력과 자양분을 물려받았다.

각자의 언덕에 올라서 지켜볼 자식을 챙기느라 본향의 언덕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이 앞선다. 우리 세 자매, 아니 대부분의 여성은 결혼함과 동시에 두 경우에 놓이게 된다. 어머니가 말 안 듣던 자식을 두고 하시던 말씀, “니도 다음에 똑 니 같은 자식을 낳아 보거라. 그때는 이 애미 심정 알거다”를 새기게 된다.

가정의 달 오월이다. 해마다 오는 오월이지만 기다려주지 않는 해임을 한 해 한 해 느끼는 것이 부모님 건강이다. 세상 일이 바빠 들여다 볼 여가가 없거들랑 전화 한통이라도 어떨까.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고 내가 지켜다보는 대상인 자식에게 속으로 하는 말이다.

안채영/시인·마루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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