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노동절을 유래시킨 미국은 이날을 기념하지 않는 이유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노동절을 유래시킨 미국은 이날을 기념하지 않는 이유
  • 경남일보
  • 승인 2021.05.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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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만 해도 미국 근로자들은 하루 12~16시간 장시간의 노동에 일주일에 7~8달러의 임금으로 월 10~15달러 하는 허름한 판잣집의 방세내기도 어려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1884년 미국 노동총동맹 제 4차 총회에서는 1886년 5월 1일부터 1일 8시간 노동을 법률로 정하게 하도록 노력한다고 결의하였다. 이를 계기로 미국 근로자들은 1886년 5월 1일, 하루 8시간 노동을 위해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전국적으로 35만명의 근로자들이 직접 총파업에 참여하였고, 수십 만명은 행진에 참여하였다.

5월 3일 시카고에서는 경찰의 발포로 어린 소녀를 포함한 근로자 6명이 사망하였다. 다음날 이에 격분한 근로자 30만명이 경찰의 만행을 규탄하기 위해 헤이마켓(Haymarket)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끝나갈 무렵 경찰들이 몰려와 근로자들에게 해산할 것을 명령했지만 근로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항의 시위를 계속하였다. 그 순간 어디에선가 굉음과 함께 폭탄이 터져 경찰 7명이 즉사하고 70여명이 부상당하였다. 이를 신호로 경찰들은 근로자들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고 200여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자본가들은 폭탄 투척은 근로자들의 소행이라고 뒤집어씌우며 근로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에 나섰다. 범인은 오리무중이었으나 경찰은 노동운동 지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작업을 벌여 수백 명을 구금, 그 중 8인의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파업 주도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그들 중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시위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폭탄과 관련된 증거도 없었으나, “급진적 사상을 가졌다”는 것을 빌미로 이들에게 사형이 언도되었다. 그래서 5명은 교수형(1명은 옥중 자살), 3명은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7년 후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자본가들이 이 사건을 조작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미국 국민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헤이마켓 사건은 전 세계 지식인과 근로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만국의 근로자의 단결”을 다짐하는 메이데이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1889년 7월 14일,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2 인터내셔널(국제근로자대회)이 파리에서 열렸다. 미국의 노동 상황을 보고 받은 파리 회의는, 미국 노동총동맹이 총파업을 결의한 5월 1일을 ‘만국 근로자들의 단결의 날’로 정하고, 8시간 노동제를 목표로 하여 1890년 5월 1일, 일제히 시위를 벌이기로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1890년부터 전 세계에서 5월 1일을 기하여 이 사건을 기념하는 여러 가지 노동운동 행사가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5월 1일은 국제적인 근로자들의 연대를 다지는 날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메이데이(May Day)의 유래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막상 메이데이를 탄생시킨 미국에서는 더 이상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하지 않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당시의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헤이마켓 유혈 사태의 부정적 이미지를 5월의 노동절로 연결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그런데다가 반공산주의을 기치로 내거는 미국 정부가 1889년 파리에서 열린 제 2인터내셔널, 국제 근로자 대회에서 5월 1일을 ‘만국 근로자 연대 및 단결의 날’로 결의한 이래로, 사회주의 국가나 공산권 국가들에서 노동절로 기념되고 있다는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시위 등 불온한 행동을 하는 날로 기억될 수 있다는 이유로 메이데이를 공휴일로 지정하기를 꺼렸던 것이었다. 그 대신 몇 달 후 대통령은 ‘9월 첫 월요일’을 노동절로 삼는 법안에 서명하게 되었다. 오늘날 미국의 노동절, Labor Day는 근로자의 연대를 다지는 의미보다는 애국심을 고취하고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날이라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미국인들은 노동절 3일간의 연휴를 가족과 더불어 보내기도 하지만 백화점 등에서는 세일기간으로 대대적인 할인이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쇼핑을 즐기거나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축제 분위기가 된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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