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보육, 공·사립 차별없는 보편적 복지로
[기고] 아동보육, 공·사립 차별없는 보편적 복지로
  • 경남일보
  • 승인 2021.05.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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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석 경남도의회 제1부의장
온 산하가 파릇한 신록으로 가득한 싱그러운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다. 또한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물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과 같은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들이 5월에 모여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 년 중 가장 좋은 시기인 5월처럼 가정 역시 그 행복함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가정이, 정확히 말해 미혼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여 자녀를 출산하며 이루는 통상적 의미의 가정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우선 경제적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비혼(非婚)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맞벌이가 보편화된 사회구조상 기혼 여성의 임신·출산은 곧 그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져 임신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성 1인당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해마다 갱신하고 있으며, 특히나 농어촌 지역에서는 신생아 출산이 거의 정지되어 지역 소멸이 현실화되고 있기까지 하다. 이에 정부에서도 저출생 대책으로 여러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하게 한 번 떨어진 출산율은 다시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불합리한 아동 보육 시스템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부모들이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차별적인 보육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비교적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수의 국공립 어린이집 대신, 상대적으로 빈약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다수의 민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공립 어린이집에 가게 되는 아이들은 복권에 당첨된 아이라는 말이 떠돌기까지 하는 것이다. 진주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2021년 3월 현재 총 244곳의 어린이집 중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의 16%에 해당하는 39곳에 불과할 뿐, 나머지 대다수는 정부의 지원이 미치지 않는 민간 어린이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방법은 오직 하나,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양질의 아동 보육 서비스를 제공해 주면 된다. 그런데 혹자는 민간 어린이집은 그들의 영리성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시설인데, 어떻게 국가 예산이 투입될 수 있냐며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립학교 운영의 예에서 보듯이, 보편적 복지로서의 성격을 갖는 아동의 보육을 시장 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고 오히려 국공립 어린이집과의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여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편익이 훨씬 클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원을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시장 논리만 우선시하여 줄어드는 아동 수로 인한 민간 어린이집의 경영 악화로 줄 폐업이 현실화된다면 저출생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진주시는 우촌 강영호 선생이 최초로 주창한 조선소년운동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고, 최근에도 유니세프가 선정하는 아동친화도시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아동의 도시다. 이러한 명성에 걸맞게 우선적으로 진주시가 민간 어린이집 지원을 위해 현장의 여러 목소리들을 경청하고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정책부터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길 빈다. 진주는 천리 길이고,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한양에서 출발한 나그네의 첫 걸음이 끝내는 진주에 닿듯이, 진주시도 아동을 위한 도시로 태어날 수 있게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내 딛을 것을 기대한다.

 
장규석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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