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윤여정과 명품
[경일춘추]윤여정과 명품
  • 경남일보
  • 승인 2021.05.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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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진주문협이사·경해여중교사

 




석상자오동. 돌 틈에서 자라다 저절로 말라죽은 오동나무를 일컫는다.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내려 사느라 일생이 고달팠을 그 나무 베어다 바람과 서리를 맞혀 사오 년을 말린다. 본래 물렀던 성질 없어지고 단단한 결로 거듭나야 거문고 재료 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제대로 된 장인을 만나 최고의 소리를 내야 진품이 된다.

윤여정의 오스카상이 연일 이슈다. 유머 잃지 않은 여배우의 관록에 세계가 열광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무심한 듯 한마디 툭 던지고 간결한 듯 단순한 말솜씨로 한 몫을 했다. “고상한 체 하기로 유명한 영국인들이 저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줘서 매우 특권을 가진 것 같다”고 한 소감, 뻣뻣한 영국사람들 대놓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큰 호의를 끌어냈다. 솔직한 천진성과 거리낌 없는 성향이 물때를 만난 듯 유연했기 때문이다. 연륜과 지성의 힘에서 나왔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이렇게 소망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높은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의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 년 앞의 오늘을 본 선각자의 혜안이다. 재기발랄한 동양 여인, 대한민국 영화역사 102년 세월이 오스카상에 빛났다. 삼성전자, 김연아, 방탄소년단이 쌓은 국격이 윤여정으로 한층 더 격상됐다. 대한민국 품격의 깊이를 전 세계에 알렸다. 생생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한다.

개인 삶은 굴곡이 많았다. 연기는 생활의 방편이었다. 생계를 걱정하며 앞뒤 안가리고 뛰어들었다. 고비고비 버텼다. 사소한 배역에도 최선 다했다. 고달픈 연기 인생, 자유와 기쁨 얻는 예술이 될 때까지 체념하고 단념했다. 칠순 넘은 빈 마음, 뜻밖의 이런 축복 생광스럽다.

최상의 거문고 소리 ‘인고’라는 명장을 통해 만들어진다. 인생도 영화도 시간의 숙성 끝에 명품 됨을 보였다. 김구 선생이 바라던 높은 문화도 결국은 축적된 노력의 산물임이 입증되었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 낭비 말 것, 과대로도 과소로도 평가하지 말고 불문곡직 살아남을 것. 윤여정 방식이 명품 되는 비법이었다.

어글리 코리언이 가고 뷰티플 코리언 시대의 서막을 연, 윤여정이 아무래도 일 낸 것 같다. 걸작의 문화유산을 남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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