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세상이 왜이래
[경일시론]세상이 왜이래
  • 경남일보
  • 승인 2021.05.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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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어쩌다 한번 턱빠지게 웃는다. 아픔을 그 웃음에 묻지만 죽어도 오고마는 내일이 두렵다. 테스형 세상이 왜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참 세상이 힘들다. 대통령은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날 것 같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 가장 깊은 심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방역모범국에서 ‘백신거지’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하고 국민들은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 세상이 됐다.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어 민생을 돌보려 해도 그때 뿐 좀처럼 경기가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착실히 노력해 돈을 축적해 뜻을 이루겠다는 소박한 꿈은 고전이 된지 오래이다. 청년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과 가상화폐에 매달려 있다. 부동산값 폭등이 몰고 온 시대적 조류이다. 온갖 스펙을 조작해 부정입학을 도모한 조국 일가가 피해자가 되고 개혁을 빌미로 단행된 검찰손보기는 국론의 분열로 갈라치기 한 꼴이 됐다. 내로남불이라는 희대의 신조어가 세계의 사전에 등재돼 조롱의 대상이 돼도 반성은 커녕 다수의 힘으로 더욱 가열차게 개혁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득세해 나라를 수렁으로 몰고 가고 있다. 떼거리 댓글에 집권여당이 눈치보면서 그것이 민의라고 견강부회(牽强附會)하지만 울림이 없어도 막무가내다. 급기야는 아내가 밀수와 절도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국무위원 후보로 내정됐으나 아무도 그들이 장관으로 임명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않는다. 이 정권들어 이미 29명의 인사가 그런 절차로 국가요직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국가의 법을 지키고 사수해야 할 전직 법무장관과 차관이 피의자 또는 기소가 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대통령의 취임일성인 공정과 평등, 정의가 구두선으로 희화화되는 형국이니 그야말로 테스형에게 묻고 싶다. “테스형! 세상이 왜이래.”

이런 세상을 두고 국민들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강력한 시그널을 보냈다. 유래없는 투표율을 보인 것만도 적극적 경고음인데 그 결과도 야당의 대승으로 끝났다. 이제는 흑색선전과 폭로전이라는 구태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다수가 반드시 민주주의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충고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도 여권의 강경파들은 개혁이 느슨했다며 더욱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엉뚱한 논리를 펴고 있다. 국민의 피로감은 안중에 없는 그들만의 논리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것이 개혁이 아니라 개혁을 빙자한 무리의 강경드라이브라는 사실을 표로 증명한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대통령의 집권말기,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할 중차대한 시기지만 강경드라이브는 좀처럼 고개를 숙이질 않아 경고음이 먹혀들지 않는 무감각이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는 현 정권의 정권재창출을 매우 비관적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필패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 30%대 붕괴는 곧 레임덕의 도래를 경고하는 신호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 현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성향변화가 뚜렷하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진보성향이 우세했던 성향이 이제는 중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각각 26%, 중도는 33%로 나타났다. 진보에서 중도로 성향을 바꾼 국민이 늘어났다는 것은 곧 진보에 실망했다는 증거이다. 국민들은 이미 정권재창출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한 것이다. 집권여당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해온 정치행태로 민심을 잃었으니 그 길에서 돌아서면 되는 것이다. 표 잃을 일을 멈추고 떼거리 댓글보다는 쓴소리를 듣고 다수의 전행을 자제하고 강경파의 득세를 잠재우면 국민의 목소리가 들린다. 재보궐선거에서 왜 참패했는지 알게 된다. 모범답안을 제시했는데도 제대로 답을 내지 못하면 정권재창출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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