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진통 소리 그치지 않더니
비단치마 입은 여인 몸 풀었다지
어린 임금, 금관 쓰고 나왔다지
-이호준 시인의 ‘모란꽃 전설’
천지의 잎들은 짙은 완두콩 색이 되었다. 봄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낮 한때는 그림자가 제법 짙고 햇살이 영글어 여름 기운이 감돌기까지 한다. 물까치는 수양버들 가지 사이에 집을 짓느라 분주하다. 말간 연못을 차지한 올챙이들은 점점점 자라는 중이다. 저마다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드는 중이다.
모란꽃도 무럭무럭 자라는 봄의 시간 속에서 지난해의 이야기와는 다른 내력을 지녔다. 태어나면서부터 금관을 썼다는 어린 임금의 출생 비밀이 담겨있던 것인데, 모란꽃잎이 활짝 벙글자 봄의 천하에 드러났다. 그것을 시인이 알아챘다. 시인이 아니었더라면 뭇 생명의 전설은 기록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시인 · 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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