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민나도로보데스’식 내부정보 부동산투기
[경일시론]‘민나도로보데스’식 내부정보 부동산투기
  • 경남일보
  • 승인 2021.05.0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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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서슬 시퍼런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당시 유행한 일본말의 ‘민나도로보데스’는 ‘모두가 도둑놈이다’라는 뜻이다. 강점기 때 일본에 부역, 엄청난 부를 축적한 공주갑부 김갑순(金甲淳)이 자주한 말이라 한다. 땅 투기·세금 횡령 등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 대전 땅 절반을 손에 넣은 인물이다. 1982년 ‘거부실록’ 드라마 ‘공주갑부 김갑순’ 편은 사회현상과 맞물려 큰 화제를 모았다. 배우가 대목마다 내 뱉는 ‘민나도로보데스’는 드라마의 백미(白眉)로 시중의 유행어가 됐다. 세태를 풍자, 시류를 반어법으로 펼친 재미에 시청자들이 빠져들었다. ‘땅 투기꾼’인 극중 배우대사는 때마침 터진 ‘장영자·이철희 부부 어음사기 사건’의 5공화국 비리 세태를 풍자, 유행어로 널리 회자됐다.

1872년 장터 국밥장수 편모슬하의 불우한 시절을 보내다 공주감영의 관노(官奴)-군수를 거쳐 총독부의 중추원 참의에 올라 1000만평의 땅을 소유한 전설적인 ‘땅부자’였다. ‘민나도로보데스’는 남의 것을 갉아먹을 줄만 알았던 그가 남에게 번번이 당하고난 화풀이 말 이였다. 요즘 자꾸 이 말이 생각난다.

공기업,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의원, 단체장, 사회지도층·가족·보좌관들의 땅 투기세태는 40년 전의 ‘민나도로보데스’가 여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역·신분을 가리지 않고 투기장이 됐다. 일정을 넘은 부동산은 보유세를 지금보다 5배정도 높여야 한다. ‘영끌 부동산투기 광풍’이 갈수록 태산이다.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정책에 LH 직원발 제3기 신도시의 도둑투기를 계기로 공공연했던 공적정보의 공직자 땅 투기의혹 재산 형성의 불공정·뻔뻔함에 국민들의 공분에 불을 질렀다. 고구마 줄기 나오듯 끝없는 ‘특권결정판’의 도덕적 해이에 민심이 일파만파로 들끓고 있다. 요동치는 민심에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30%대로 추락,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더블스코어로 참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라 했던 상식이 무너졌다. 60년대 강남개발 후 정권이 바뀌어도 해먹을 ×은 다 해먹고 자산 격차는 더 심해졌다.

국가수사본부의 2000여명 수사·내사에 비하면 소리만 요란, 실적은 기대이하로 얼마나 성과를 낼지 두고 볼일이다. 전국서 드러난 투기는 빙산의 일각이라 쑥대밭 여론이지만 지자체의 셀프조사는 맹탕으로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로 정부가 방조한 측면도 있다. 더 이상 공적정보를 이용한 ‘공공의 적(敵)’이 없기를 바란다. 43개 검찰청에 수사전담팀을 추가해도 이미 때가 늦었다. 경자유전 원칙을 어긴 내부정보이용 농지에 ‘민나도로보데스’식 부동산투기는 엄벌과 부당한 이익은 몰수, 패가망신을 시켜야 한다.

중앙 공무원 재산공개 759명 중 51%가 집 외 논·밭·임야는 개발차익을 노린 투기 목적이다. ‘망국적 부동산투기 공화국치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민주화·산업화를 동시 이룩하고도 어쩌다 부패·성추행에다 ‘부동산갑부공직자’의 양산은 참담하다. ‘수박 겉핥기’식의 ‘눈 가리고 아웅’과 ‘생색내기’의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선 안 된다. 8년 만에 통과된 직무 관련 정보로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의 적용 고위공직자는 국회의원을 포함, 190만 여명에 가족까지 합치면 500만~600만명으로 소급몰수도 시행해야 한다. 소수헌법재관 의견인 ‘개발초과불로소득적이익 환수’와 대도시 택지 소유상한 200평(660㎡) ‘토지공개념제도시행’이 시급하다. 부동산 투기를 ‘제 탓’없이 ‘남 탓’으로만 돌려선 안된다.

이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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