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그래도 희망의 끈은 놓지 말자
[현장칼럼]그래도 희망의 끈은 놓지 말자
  • 문병기
  • 승인 2021.05.09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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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예기치 못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1년 이상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인간들의 삶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듯하다. 평범하게 돌아가던 일상들이 거꾸로 흘러가고, 모든 게 멈춰선 듯 활기를 잃었다.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미래에 대한 희망보단, 눈앞에 닥친 불행을 어떻게 헤쳐 나갈 지가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그런 세상이 됐다.

백신이 개발돼 접종을 하고 있지만 언제 코로나로부터 해방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이스라엘 등 몇몇 국가들이 마스크를 벗고 환호하는 모습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우리 정부도 오는 11월이면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이라 큰 소리는 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지금껏 접종률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가 과연 그런 날이 올까하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집단면역 운운하는 정부의 자신감은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그래서 불신은 깊어지고 미래는 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 힘들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나같이 ‘이러다 곧 죽을 것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사천지역 자영업자들은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기는커녕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유독 사천지역이 힘들 수밖에 없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껏 사천 경제를 지탱해온 한 축은 항공 산업이었다.

KAI를 중심으로 한 항공 기업들이 활성화되면서 근로자는 물론 유입인구도 증가했다. 자연스레 이들이 지역 소비의 중심이 되면서 식당은 물론이고 가게들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2019년 보잉737맥스의 잇따른 추락사고로 항공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여객기 운항과 생산이 중단되다보니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원을 감축하고 문을 닫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졌다. 보잉737맥스의 추락사고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충격이 전 세계를 덮쳤다. 가뜩이나 휘청 이던 사천의 항공 산업은 회복 불능상태에 빠졌고 지역경제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19는 끝날 줄 알았다. 최근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조금씩 진정세를 보이지만, 사천은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변이바이러스에 의한 집단감염이 급증하면서 충격 속에 빠져있다.

급기야 행정명령을 발동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격상했고 이는 3주째 지속되고 있다. 대상 업종들은 문을 닫거나 영업제한에 들어갔다. 공무원들도 출퇴근 외에 사적인 모임 등 일제의 행위를 할 수 없게 됐고, 일반인들도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게들은 가득차야 할 손님이 아닌 주인들의 한숨소리만 가득하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곧 나아지겠지’하는 막연한 희망이라도 품고 견디었다. 하지만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캄캄한 터널이 끝없이 이어지자, 이젠 힘겹게 붙잡고 있던 마지막 희망의 끈마저 놓으려 한다. 나라를 지탱하는 토대가 흔들리면 국가도 무너진다. 이들이 희망을 품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이들도 살고 국가도 산다.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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