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스승의 날이 준 선물
[경일춘추]스승의 날이 준 선물
  • 경남일보
  • 승인 2021.05.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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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영 (시인 마루문학회장)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의미 지운 달이라고 별스런 달은 아닐지라도 왠지 마음은 분주하다. 노동절로 시작해 어린이날에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 등이 오롯이 모여 있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마음 몸살을 하다가도 켜켜이 쌓인 행사에 묻혀 의미만 새기고 말다가 이러다간 선생님이 기다려주시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 올해는 실행에 옮겨본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시골 소녀에게 우물 밖 넓은 세상을 인식시켜 세상을 알 게 해준, 다소 특이하기 까지 했던 수업을 경험했는데 그게 바로 사회 시간이었고 사회 선생님 찾기다.

흥부의 좋은 점과 나쁜 점, 또 놀부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찾아 발표해 보라는 수업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부의 좋은 점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놀부에게 좋은 점이 있다니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런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놀부의 좋은 점 중 계획적 출산 등 몇 가지나 되었고 착한 흥부에게 무계획으로 아이를 낳은 점 등 나쁜 점이 몇 가지나 있었다. 한쪽 면만이 아닌 양쪽을 봐야 한다는 다소 특이한 접근법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곧잘 토론을 즐겼는데, 어느 순간, 발표와 토론시간이 제일 재밌고 좋아하는 수업으로 자릴 잡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래 희망에 대한 발표 시간도 있었는데 그 때 나는 욕심 없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장래 희망을 밝혔다. 어쨌든 그 때 발표 후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나마 형성되었고 사고의 영역은 늘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 의식의 눈을 열어 주셨다. 다행히 그 말씀을 좇아 시인이 되었고 한쪽 편 사람의 주장에 쉽게 동조 하지 않고 양쪽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노력하며 산다.

지금의 연락처를 아는 친구는 불행히도 내 근처엔 아무도 없었다. 결국 교육청 등 몇 군데를 수소문하기 이르렀지만 그것도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더군다나 정년퇴임하신지 10년이 넘은 분은 인사 기록이 없다고 까지 했다. 다시 최종 근무지의 교육지원청에 전화를 해서 그 당시 선생님과 같이 근무하셨던 분의 연락처만이라도 부탁한 덕에 드디어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설레는 기다림 탓에 반가운 선생님 목소리에 마음이 떨렸지만 선생님은 가물가물해 하셨다. 담임도 아니었던 까닭이기도 했고 수많은 제자를 두신 탓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형성하신 분이 선생님이라는 말씀에 무척 기뻐하셨다. 선생님 덕택에 한 소녀가 시인이 되었고 늘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다는 내 말에 내 스스로 감동과 위로를 받는다.

안채영 (시인 마루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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