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가족은 힘이다
[경일포럼]가족은 힘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5.10 2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녀가 태어났다. 하나의 생명이 이토록 오묘하고 경이롭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딸 바보’, ‘손자 바보’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님을 실감한다. 친구들은 놀린다. 아직 젊은데 벌써 할아버지냐고.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손녀를 보면서 내가 대면하고 정을 주고받은 가족사가 떠오른다. 세대로 계산해보면 5대를 함께한 가족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세대의 중간에 나와 처가 있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5대와 함께한 추억의 순간들이 나의 현재 모습과 오버랩 되기도 한다. 손자의 무리한 어떤 요구도 다 들어주시던 할머니. 일하시느라 바쁜 보모님을 대신해 산과 들에서 놀고 있는 배고픈 손자를 위해 언제나 망태기에 준비한 새참을 지고 오셔서 허기를 달래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더욱 그리워진다.

돌아가신 아버지와는 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애증(愛憎)이 교차했다. 하지만 새벽 일찍 깨워서 공부를 하게했던 어린 시절의 습관이 평생을 ‘새벽형 인간’으로 보내고 있는 것은 오롯이 아버지 덕분이다. 그러고 보니 위 세대에서는 어머니만이 생존해 계신다. 아흔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큰 인내와 사랑의 표상이시고 자랑스러운 어머니시다. 어떻게 그 작은 몸집에서 이토록 큰 위대함을 가져오셨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건강하게 오래사시기를 기원해 본다.

이제 아래 세대로 내려가서 아름다운 추억을 더듬어 보자. 아들과 딸의 성장과정은 한마디로 신의 선물 같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만 보였던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나았다. 하나의 선물이 또 다른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아직도 대학원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도 언젠가는 그 뒤를 따라갈 것이다. 이리하여 세대는 강물처럼 굽이굽이 흘러가는 것이리다. 그렇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시간은 흘러 돌아오지 않으나 추억은 남아 절대 떠나가지 않는다’는 생트뵈브의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추억만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지쳐있다. 모두들 힘들어 한다. 청춘은 방황하고 있고, 이 땅의 중년들은 상실과 우울의 시대를 살고 있다. 끝도 없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청춘들이 절망하고 있다. 하물며 코로나로 살기도 어려운데 하늘은 왜 이토록 잿빛일까.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는 기존의 가족공동체를 해체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최근 통계에 의하면 전체 가구의 40% 정도가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는 청년 중심으로 1인 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수원이나 성남시, 서울의 관악구는 1인 세대가 10만 명을 넘어 점차 ‘싱글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반면에 농촌은 고령화로 노인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인천시 옹진군은 무려 60%가 1인 가구라 한다. 고독사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듯하다.

이렇게 기존의 공동체가 해체되고 살기가 힘든 시기에는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새로운 안식처가 필요하다. 이제 가족이 그 역할을 해줄 차례다. 힘들 때 위로해주고, 어려울 때 조그마한 도움을 주는 가족이 돼야한다. 일단 자주 만나야 한다. 만나서 서로 대화도 많이 해보자. 가까운 사람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해보자. 그러면 분명 가족은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케렌시아’가 돼줄 것이다. 삭막한 시대, 가족이 최고의 힘이다. 가족은 삶의 원천이고 에너지이다. 가족, 사랑이라는 말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세계미래도시연구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