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세월(歲月)이 가면
[경일칼럼]세월(歲月)이 가면
  • 경남일보
  • 승인 2021.05.1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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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女神)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노천명 시인의 푸른 5월의 한 구절이다. 꽃이 만발하고 초록이 절정에 달하는 계절, 세상에 파릇파릇한 녹색의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는 싱그러운 계절 5월이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다고 했던가.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계절의 여왕이라 는 5월에 1년 중 자살자 수가 가장 많은 달이라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포근한 봄 날씨가 마음도 밝게 변화시켜 줄 것 같지만 의외로 봄 환절기 시즌에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따뜻하고 건조하고, 때로는 바람이 세차게 불기도 하는 변덕스러운 봄 환절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겹쳐 2021년 봄 시즌은 코로나 블루로 신음하고 있다. 특히 봄에 생기는 계절성 우울증은 주변 사람들과 달리 자신만 봄을 즐기지 못한다고 생각해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고 이로 인해 외로움, 우울감을 더 깊이 느끼게 된다.

최근 코로나 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이러한 우울증은 불면증으로 이어지게 되고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예상외로 많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 한 달간 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3.4%로 매우 높게 조사 됐다.

우리가 활력있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숙면을 취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이 보약이라 했다. 수면을 잘 취해야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잠을 자지 못하는 고통만큼 괴로운 것은 없을 것이다. 불면증을 방치하면 우울증이 되고 우울증을 방치하면 불면증이 되는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

세월(歲月)은 해와 달을 의미하며 해와 달을 단위로 하여 한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그렇다. 있어야 할 것은 없어지고 없어져야 할 것은 새로 생기는 역현상(逆現像)이 일어난다. 근육이 약해지고 근력이 떨어진다. 흰머리와 주름은 날로 증가하고 아픈 곳도 늘어나고 약의 종류도 늘어난다. 세월이 가면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다. 호기심과 설렘이 사라지고 재미가 없어진다. 의욕도 자신감도 사라지고, 행동 반경도 좁아지고, 하루의 일과가 단순하며 권태 스럽다. 세월이 가면  두 사람이 된다.

왁자지껄한 가족 파티가 끝나면 남는 가족은 항상 두 사람이다. 결국 끝까지 지켜줄 사람은 부부 밖에 없다. 또 그러다가 세월이 가면 두 사람이 한 사람 되고 한 사람이 영 사람이 될 것이다.

인생은 죽음에서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살아온 것에 감사하자. 행복의 시작은 감사에서 온다. 제일 먼저 아내에게 감사한다. 때로는 치열하게 다투기도 하지만 위급할 땐 남편, 아내를 제일 먼저 찾게 된다.

결국 남는 사람은 부부 두 사람뿐이다. 행복은 작은 것에서 찾아야 한다. 걸을 수 있고 자연을 음미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 독서를 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으니 또한 행복하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양광모 시인의 '5월의 말씀'으로 마무리 한다. 부모에게 더 바라지 말 것 낳아준 것만으로도 그 은혜 갚을 길 없으니. 자식에게 더 바라지 말 것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그 기쁨 돌려줄 길 없으니. 남편 아내에게 더 바라지 말 것 일생의 동행이 되어준 것만으로도 그 사랑 보답할 길 없으니.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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