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18]남해양떼목장 양모리학교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18]남해양떼목장 양모리학교
  • 경남일보
  • 승인 2021.05.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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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낭만을 찾아 떠난 양떼목장

소년시절 읽은 알퐁스 도데의 ‘별’은 필자에게 꿈과 낭만의 바탕을 마련해 준 소설이다.

하늘 가까운 프로방스 뤼브롱 산기슭에 있는 목장에서 양치기를 하는 청년이 평소 연모하던 주인집 딸인 스테파네스 아가씨와 목장에서 하룻밤을 지냈던 가슴 떨리는 이야기를 순수하고 서정적인 시선으로 펼쳐놓은 작품이다. 깊은 밤 산속 양떼목장에서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숨소리를 들으며 뜨거운 피가 흐르는 갓 스물인 양치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사랑 하나를 오롯이 지켜준다. 밤하늘 별처럼 동경해온 스테파네트에 대한 사랑을 고이 간직할 수 있었던 양치기한테서 순수함과 성스러움을 느꼈다. 별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 까닭에 양치기 또한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스테파네스 아가씨와 영혼의 교감을 나누는 목동의 모습이 정말 낭만적이면서 애틋하기까지 했다. 낭만과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던 소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남해양떼목장 양모리학교로 힐링여행을 떠났다.

진주에서 한 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남해군 설천면 구두산 기슭에 있는 양떼목장 ‘양모리학교’, 푸른 하늘에 뜬 양떼구름이 먼저 반겨주었다. 매표소에 들어가자 목장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안내해 주셨다. 체험요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양먹이 포함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5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체험 순서는 ‘양먹이 주기 체험-양몰이 공연 체험-전망대 조망-양털깎기 체험-미니 동물농장에서 동물과의 교감 체험-새끼양 수유 체험-깡통열차 타기-산책로 걷기’ 순서로 체험을 하기로 했다.

 
 
◇가슴 가득 행복을 안겨주는 양모리학교 체험

양먹이인 청보리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받아 양먹이 주기 체험장으로 갔다.

나무 울타리를 친 목장길을 따라 체험장에 도착하자, 스무 마리 정도의 양들이 탐방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갓 돌 지난 손주에게 청보릿대를 쥐어주며 양에게 먹이를 주라고 하자, 처음엔 덩치 큰 양에게 겁을 먹었는지 놀란 표정만 짓고 움츠리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가까이 다가가서 자기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양을 보며 몹시 즐거워했다. 탐방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보드라운 양털을 만지면서 금방 양과 친구가 되어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우며 놀았다. 이곳이 아이들의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뒤 목장주의 손자가 양몰이 공연을 보여 주었다. 영국 양몰이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보더콜리 ‘위치’가 견주의 지시에 따라 스무 마리가 넘는 양을 능숙하게 몰기 시작했다. 양몰이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인 탐방객들은 양몰이견의 영리함에 감탄을 했다. 조금 전에 깎은 듯한 양털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방목장을 지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남해 바다는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확 틔는 느낌이 들었다. 목장에서 내려와 기니피그, 토끼, 미니 돼지, 당나귀, 미니닭과 백봉 등이 있는 미니 동물농장에 오자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손주는 제 세상을 만난 듯 까치발로 서서 우리 속 기니피그를 쳐다보거나 덩치가 큰 당나귀를 만지려고 했다. 그 모습이 정말 귀엽고 예뻐서 함께 간 어른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어린애처럼 마냥 즐거워했다.

안내소에 와서 새끼양에게 줄 젖병을 받아 새끼양 우리로 갔다. 젖병을 든 어린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울타리 틈으로 고개를 내민 아기양들에게 젖병을 물리는 어린이들의 얼굴엔 신기해하는 표정과 행복감이 넘쳐났다. 새끼양 우리 곁에는 깡통열차를 탈 수 있는 양모리역이 있었다.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양떼목장과 미니동물농장에서 동물들과의 교감을 나눈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건 산속에서 맛보는 별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함께 온 어머니들도 덩달아 아이들과 함께 깡통열차를 타고 즐거워했다. 가족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추억으로 담아가기 위해 아버지들은 휴대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봄꽃들이 활짝 행복을 꽃피운 산책길

양모리학교 체험을 다 마치고, 가족과 함께 양떼목장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산책로 초입에 설치해 놓은 둥근 방석 모양의 그네는 어린애들이 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모든 놀이기구와 각종 시설들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어린이를 배려하려는 흔적이 드러나 있음을 보고, 양모리학교를 운영하는 주인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신뢰감이 갔다.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자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도열한 숲길과 숲속 꽃밭이 나왔다. 키 큰 홍가시나무길 옆에는 넓은 풀밭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던 말이 지나가는 탐방객들에게 머리를 주억이며 인사를 건넸다. 노란 뱀딸기꽃을 비롯한 수많은 꽃들이 제각각 예쁜 모습을 뽐내며 필자의 일행을 반겨 주었다. 숲속의 꽃밭을 지나자 해바라기 농장과 드넓게 펼쳐진 방목장이 나타났다.

방목장과 양몰이 공연장 사이로 나 있는 목장길 양쪽엔 나무울타리가 쳐져 있어 운치를 더해 주었다. 파란 하늘에 평화롭게 떠 있는 양떼구름과 아름답게 펼쳐진 남해 바다를 바라보며 목장길을 걸어 내려왔다. 체험자들이 좀 뜸해지자, 양떼목장 운영자들이 목장 곳곳을 다니며 양들의 배설물들을 깨끗하게 제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분들의 노력과 배려 덕분에 수많은 어린이들과 동심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어른들이 아름다운 추억과 낭만을 마음에 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종일 양떼와 노느라고 피곤했는지 손주는 돌아오는 차 안 카시트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하나가 우리 가족 곁에 와서 잠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별이 깨어나 반짝일까봐 집에 닿을 때까지 묵언하기로 했다. 오늘 하루 양떼목장에서의 체험은 우리 가족에게 낭만과 추억이란 이름으로 오래오래 머물 것 같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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