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웃기는 방역 지침
[경일포럼] 웃기는 방역 지침
  • 경남일보
  • 승인 2021.05.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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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금세기 우리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라는 난데없는 돌림병(전염병)으로 참담한 삶을 살고 있다. 돌림병은 병균이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에게 옮기니 돌림병을 막는 방법은 옮기는 길을 막을 수밖에 없다. 아니면 백신을 만들어 돌림병이 몸에 들어와도 이겨낼 수 있게 하든지 해야 한다. 그래서 나라마다 사람의 발목을 묶어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고 마스크로 입을 막아 말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돌림병을 막는 데 애를 쓴다는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방역 기준이 합리적인 기준도 아니고 실질적 기준도 아니라는 것이다. 음식점에 네 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 다섯이 가서 둘 셋이 앉아 있는 것과 네 명이 앉아 있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다. 일부 주점이나 식당, 백화점, 마트 등에서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실내인 사무실에서도 사람들이 모여 지내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지금처럼 자리를 떼 놓고 환기와 방역 조건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감독하면 될 일이다. 돌림병의 전염은 주로 실내에서 전염이 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를 중심으로 방역과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마땅하다.

진주시는 뭐가 잘못 됐는지 몰라도 전국에서 인구 대비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부끄러운 도시가 됐다. 그래서 2단계방역지침에 따라 실외 운동 시설을 30%만 개방하라고 해서 우리 대학은 테니스 총 8코트 중 두 코트만 사용하고 여섯 코트는 네트를 내려놓고 있다. 그리고 두 코트에서 경기하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하고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샤워실도 운영하지 않는다. 필자가 교수테니스 동호회 책임을 맡고있는 회장의 한 사람으로 퇴근 후 동호인들이 밖에서 코트가 비기만을 기다리며 서성거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멀쩡한 코트를 두고 바라만 보고 있자니 이건 아니다 싶다. 이렇게 코트를 내려놓고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형평성에 맞는 대책이고 합리적인 방역 대책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TV를 보면 한쪽에서는 실내에서 마스크도 하지 않고 몸을 부딪쳐가면서 배구나 농구를 하지 않는가. 또 실외에서도 마스크도 하지 않고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지 않는가. K리그를 보면 골을 넣을 때마다 여러 선수들이 와서 서로 부둥켜안고 난리다. 왜 그들은 마스크도 끼지 않고 그것도 실내에서 또는 실외에서 운동할 수 있게 하는가. 그런데 실외에서 그것도 멀리 떨어져 네 사람이 마스크까지 끼고 운동하는 테니스를 왜 못하게 제한하는가. 무슨 과학적이고 합리적 근거로 운동 시설 사용을 제한하는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테니스 코트장에서 코로나가 전염이 되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하루 종일 일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려고 하는 그런 작은 행복권까지도 함부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이른바 멘붕에 빠져 있다. 매일 운동하던 사람이 며칠 운동을 하지 못하면 몸도 마음도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그래서 우울해지고 일에 업무능률도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테니스 동호인들이 코트에서 어린애처럼 즐겨 뛰고 땀 흘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그 사람들이 누구인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는 나의 부모고 형제들이 아닌가. 그들이 건강해야 우리 가족을 지킬 수 있다. 그들이 단지 노는 것만 아니다.

관계 당국은 제발 좀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며 정확한 방역 지침을 내렸으면 한다. 담당 공무원들이 고생한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엉뚱한 데 권한을 남용하지 말고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곳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할 것이다. 보여 주기식 전시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고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

누구도 인간의 기본권인 행복 추구권을 함부로 제한할 수 없다.

우리 모두 마음 놓고 즐겁게 운동하는 모습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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