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아껴두었던 그 이름, 보라매
[객원칼럼] 아껴두었던 그 이름, 보라매
  • 경남일보
  • 승인 2021.05.1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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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지난 4월 9일 경남 사천시에 소재한 한국항공우주산업 고정익동에서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 출고식이 거행되었다. 전투기에는 일반적으로 고유명칭과 통상명칭이 부여되는데 KF-21이 고유명칭이라면 통상명칭은 지난해 국민공모를 통해 보라매로 선정된 바 있다.

고유명칭에 들어가는 KF는 ‘한국형 전투기(Korean Fighter)’의 약자이고 21은 ‘21세기’를 나타낸다. 따라서 ‘21세기 한반도를 수호할 국산 전투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KF-21의 경우에는 고유명칭 보다 통상명칭이 주는 무게감이 훨씬 큰 것 같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공군에서 보라매라는 이름 자체가 갖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보라매는 태어난 지 1년 안에 길들인 새끼 매를 의미하며 털갈이를 하지 않아서 앞가슴에 난 털이 보랏빛을 띠기 때문에 보라매로 불린다고 한다. 따라서 전투기 조종사로 양성되는 사관생도를 보라매로 부르며 공군사관학교, 나아가 대한민국 공군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공군사관학교 옛 부지에 조성된 공원을 보라매공원이라 이름짓기도 하였다.

아껴두었던 이름 보라매를 KF-21에 허락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의 KT-1, T-50, FA-50은 한국형 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의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그 정점에 KF-21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기술로 만들어지며, 현존하는 최첨단의 5세대에 버금가는 4.5세대 전투기이며, 조종사가 직접 탑승하는 마지막 유인전투기 프로젝트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제기 출고식 당일 온라인 중계에서 보라매라는 이름 세글자를 대하며 T-50 골든이글 개발에 참여했던 필자로서는 이전 개발자로서의 자부심, 현재 개발자들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갖는 비장함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비장함이 느껴졌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시점이 앞으로의 험난한 개발과정의 예고편이기에 그러했던 것 같다.

첨단 군사무기 개발에 따른 정치 외교적인 역학관계로 인해 사업의 진행이 순탄치만은 않다. 사업구도상 국제공동개발 형식으로 인도네시아가 개발비의 20%를 분담하게 되어있으나 계약을 미이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세대전투기 도입사업으로 F-35A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함에 따라 부가적으로 요구한 기술이전 건을 거부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KF-21 개발사업은 2015년 착수하여 지난달 시제기가 출고되었으며 지상시험을 거쳐 내년 7월에 초도비행이 예정되어있다. 초도비행 이후 2026년까지 4년간에 걸친 비행시험을 통해 성능을 검증하고 기술을 보완하여 이후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2028년까지 총 40대를 출고하여 비행대대 운영을 시작하고 2032년까지 총 120대를 배치하여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개발비용이 8조 5000억원 양산비용이 12조원으로 총 사업비 20조원을 넘어서는 건국이래 최대규모의 국책사업이라 할 수 있다.

보라매가 대한민국 공군의 상징이듯, KF-21 보라매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KF-21은 자주국방의 토대를 이루는 것을 기본으로 정치, 경제, 기술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의 독립을 선언하고 21세기 선도국가로 나아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보라매의 힘찬 비상을 국민 모두의 마음을 담아 응원했으면 한다.

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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