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탑이라는 의미의 라 뚜르 다르장(La Tour d’Argent)은 빠리 5구에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또랑 가운데 하나로 유명하다. 1582년에 요리사 루르또(Rourteau)가 설립한 레스또랑으로 세느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세느 강과 세느 강 가운데 작은 섬인 씨떼 섬의 노트르 담 성당을 조망할 수 있는 환상적인 경관으로 소문나 있다. 이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보유한 레스또랑으로도 유명할 뿐만 아니라, 1926년부터 미쉘랭 가이드가 고급 레스또랑에 별을 부여하기 시작한 이래 1933년부터 1996년까지 63년 간 별 셋을 유지하여 최장 기록을 가진 레스또랑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라 뚜르 다르장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오리 요리인데 앙리 3세가 즐겨먹었다는 이 요리는 1890년부터 요리에 쓰인 오리의 수를 세기 시작하여 2003년에 100만 마리를 돌파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라 뚜르 다르장의 역사성과 명성과 관련된 일화들이 적잖게 전해지고 있다. 국왕 앙리 3세(Henri III )가 이 레스또랑 식탁에 앉은 이탈리아 신사들이 사용하고 있던 세 개의 날로 된 포크를 처음 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한 루이 14세와 궁정의 모든 대신들이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이 레스또랑까지 와서 식사를 했다는 전설 같은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리셸리어(Richelieu) 추기경이 이곳에 와서 자두를 넣고 조리한 거위 요리를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가 하면 그 사촌인 리셸리어 공작도 소 한 마리를 통째로 주문하여 30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줄 것을 요청하곤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1890년에 프레데릭 들레르가 창안해낸 그 유명한 일련번호가 부여된 “뚜르 다르장 오리 요리”는 고객 면전에서 의례적인 퍼포먼스로 구현되며 제공된다. 프랑스 서부의 방데 지방의 뷔르고 드 샬랑 가문에서 반 야생으로 키워진 오리는 고객 앞에서 오리 사냥꾼에 의해 해체되고 뼈대는 은으로 된 압착기에서 압착되어 육즙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약간의 꼬냑과 오리 간, 레몬과 마디라 와인 등과 결합된 소스에 베어들도록 만든다. 오리 가슴살은 불판 위에서 익혀진다. 감자 칩과 그릴에서 구워진 넓적다리는 두 가지 보완적인 서비스로 제공된다. 2021년 현재 프레데릭 들레르의 풀코스 오리 요리는 1인분에 450유로(62만원)이다.
1890년에 프레데릭 들레르가 레스또랑을 운영하게 되면서 핏물이 흐르는 오리요리 또는 ‘뚜르 다르장의 새끼오리’ 조리 법을 체계화하게 된다. 그 오리 요리가 이 레스또랑의 그 유명한 ‘뚜르 다르장의 오리’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1911년에 앙드레 떼라이어(Andr? Terrail)가 이 레스또랑을 인수하게 된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군에 징집되어 레스또랑을 닫았다가 1918년에 동원해제 되면서 레스또랑을 현대화하는 한편 이집트 왕의 요리사였던 프랑수와 레삐나스에게 요리를 전담하게 맡기게 된다. 그러면서 이 레스또랑은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극작가 사샤 기트리, 화가 살바도르 달리 등과 같은 세계적인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1922년에는 그 주변의 건물들을 매입하여 오늘날의 환상적인 조망을 갖추게 된 것이다.
라 뚜르 다르장의 지하 2층으로 된 포도주 저장고에는 40만병의 포도주들을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장 오래된 포도주는 1845년산 보르도 산이고, 가장 오래된 증류 포도주인 오 드 비(브랜디)는 1788년산 꼬냑이다. 1947년산 뻬뜨뤼스의 시가는 2만 6000유로(3500만원), 샤또 오-브리옹은 2만 7000유로(3600만원)이고, 라 뚜르 다르장에서 제시한 최고가 포도주는 6만 유로(8200만원)에 달한다. 지난 2009년에는 라 뚜르 다르장은 보관 중이던 포도주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경매로 판매하기도 하였는데, 이날 경매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린 술은 1788년산 꼬냑 1병이 4200만원이었다. 라 뚜루 다르장의 와인 리스트는 총 400페이지에 달한다고 한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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