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드보르작과 아이들의 신세계
[경일춘추]드보르작과 아이들의 신세계
  • 경남일보
  • 승인 2021.05.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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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진주문협이사, 경해여중교사)
 
월요일 교무회의, 교장 선생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학교가 문을 닫자 비로소 학교가 보인다. 앞으로 원격수업은 어쩔 수 없는 대세다.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성장 돕는 촉매가 돼야 한다.”

벌어진 현실 받아들이고 교육 거품 빼자는 권유다. 시대를 통찰하는 관리자는 교사들의 성장도 돕는다.

국어 시간, 영화 ‘피아니스트’ 를 보여주었다. 2차대전 유대인 피아니스트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나치 장교 총구마저 감동시킨 쇼팽의 곡 ‘발라드’를 연주한 재능으로 목숨 지켰다. 바닥까지 떨어져도 비루하지 않는 인간의지와 예술의 힘을 느끼게 했다.

이어 ‘19세기 기차의 출현이 세상을 어떻게 바뀌게 했는가.’라는 주제의 글짓기 시간,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유튜브로 매칭한다. 음악에서 받은 영감 채팅창에 쏟아진다. “음악을 동경한다. 내 꿈이다.” 지금 피아노 배울래요.” “중요한 것은 미래다.” “포기할 뻔 했는데….” 아이들의 반응 의외로 크다.

‘신세계로부터’는 발매부터 큰 인기 불렀다. 고요한 역동성이 느껴지는 선율은 우리를 깨끗한 세계로 끌어올린다. 1969년 인류가 처음 달 착륙 할 때 닐 암스트롱을 태운 우주선에도 이 교향곡 있었다. 이러한 악상 보헤미안 기질과 습관에서 나왔다. 가난한 정육점 아들로 태어나 매일 아침 프라하 중앙역에서 열차의 번호와 생김새, 도착 시간 등을 기록했다. 학창시절 책 읽고 음악 듣고 작곡에 빠졌던 드보르작. 마침내 체코의 국민적 영웅되고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드보르작의 신세계를 아이들이 펼치게 하려면 어른들 바뀌어야 한다. 생각이 늙었거나, 용렬하거나, 잗다란 이익 놓고 콩팔칠팔 따지거나,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단순지식 강요하거나, 시험 문제 운운하며 성적의 볼모 되거나, 열등감 숨기느라 왁살스런 말투로 아이들 다잡거나 하면 안된다.

원격이든 등교든, 구식이든 신식이든 현실 중력 예술로 완화하고 철학으로 통찰해서 부드럽고 딱딱하고 얄팍하고 두터운 것 가려내게 하면 된다.

멀쩡한 길 걷다가 낯선 길에 봉착한 학교다. 이번 참에 협소한 커리큘럼 좀 걷어내고 실용적인 프로그램 촘촘히 만들어서 아이들의 감성과 재능 키우는 일에만 전력투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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