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53] 와락 (정끝별)
[강재남의 포엠산책 53] 와락 (정끝별)
  • 경남일보
  • 승인 2021.05.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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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평도 채 못 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세상의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져 안길 때. 그래서 심장이 점점 옥죄어 올 때. 발이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거나 천길 땅으로 꺼지는 듯할 때. 존재가 없어질 어딘가가 필요한데 어딘가가 어디에도 없을 때. 숨이 아래로 더 아래로 가라앉아 그 이상의 바닥을 찾지 못할 때. 생각을 모조리 거두어 갈 막연한 존재자가 필요할 때. 네 감정은 네가 거두어라 말하는 냉엄한 자의 무신경한 눈길을 볼 때. 신은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신은 개뿔, 허공을 주먹질할 때. 그럼에도 이만 생을 놓고 싶어요 간절하게 기도할 때. 신의 긍휼에 가까워지려면 이런 생각에 빠져야 할까요 빠져나와야 할까요. 당신 팔 안에서 나는 가득차고 싶은데 당신은 점점 헐거워지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놓아버릴 때 비로소 생은 완성된다 했던가요. 살아갈수록 어려운 숙제만 떠안는 것 같습니다. 하나씩 풀면 어느 순간 모든 문제에 동그라미가 그려질 줄 알았는데 갈수록 빗금이 많아집니다. 영혼의 푸른 불꽃을 불어넣어도 소용없는 이 생에서 최후로 맞은 벼락 와락!?막막한 나락에서의 속수무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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