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진주성에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
[시민기자]진주성에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5.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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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다리’에 담긴 비극적 사랑…신분제에 막힌 아씨와 돌쇠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 많은 이야기 중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바로 사랑 이야기다.

진주성에도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 진주성의 정문 격인 공북문을 지나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 옆으로 성벽을 따라 걷다 북장대 못 미쳐 돌무더기를 찾을 수 있다. 용다리의 흔적들이다.

옛사람들이 밟고 강을 건넜을 다리의 흔적들이 왜 성벽 한켠에 모여 있을까.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돌무더기 앞에서 진주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옛날에 진주지역의 군수 이 씨 둘째 딸이 시집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남편이 죽어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었다.

둘째 딸은 친정인 진주로 돌아왔는데 이때부터 군수 집 머슴 돌쇠는 상전인 아씨를 연모하게 되었고 성심을 다해 아씨를 보살폈다. 아씨 역시 돌쇠의 마음을 느낀 것인지 성실하고, 충직한 모습에 돌쇠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었다. 하지만 신분상의 차이로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사랑하는 이를 눈앞에 두고도 사랑한다 말할 수 없는 비참함 탓이었을까, 상사병이 도진 아씨는 시름시름 앓다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아씨의 장사를 치르러 가는 길 돌쇠는 용다리 위에서 강물을 바라보았는데, 순간 자신의 얼굴이 죽은 아씨의 얼굴처럼 보여 “아씨” 하고 소리치다 미쳐버렸다.

이후 군수가 마을을 떠나려고 돌쇠를 찾았는데 돌쇠는 이미 다리 옆 고목에서 목을 매어 죽어있었다.

그때 조용하던 용다리 밑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마치 미쳐버린 돌쇠가 울부짖듯 개굴개굴 소리가 더욱 서글프게 울렸다. 개구리 울음소리는 짝을 지은 남녀나 부부가 지나가면 울음이 멈췄고, 상사병에 걸린 사람이 용 다리를 다녀오면 병이 나았다고 한다.

닳고 닳은 용머리 모양의 돌과, 비늘무늬가 희미하게 남은 돌들은 용다리의 세월이 오래되었음을 알려준다.

그냥 지나쳤다면 돌무더기일 뿐이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그 속에 담긴 전설을 떠올려보면 돌쇠와 아씨의 애달픈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사랑이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사랑 앞에 국경도, 나이도, 성별도, 어떤 조건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돌쇠와 아씨의 사랑은 신분제라는 거대한 사회 구조 앞에 가로막혔고,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비극으로 마무리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용 다리 앞에 와서 돌쇠와 아씨를 생각하며 자유로이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사랑에 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눠 봐도 좋겠다.

용다리의 원래 위치는 진주교 사거리 쪽에 있었다고 한다. 용다리를 복원해서 전국의 사랑하는 연인들이 찾는 명소로 만들면 어떨까.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 같이 여기라 했지만, 나는 용 다리의 돌이 황금으로 보인다. 오래된 세월과 사랑 이야기가 담긴 돌들은 황금처럼 값진 돌이다.

/김해찬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진주지역 군수의 딸과 머슴 돌쇠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는 진주성 용다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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