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특정도시 패권주의와 지방균형발전
[경일포럼]특정도시 패권주의와 지방균형발전
  • 경남일보
  • 승인 2021.05.2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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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상임고문)
 

 

‘무슨 일이 있어도 사대문 밖으로 이사 가지 말고 버텨라. 멀리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 기회는 사라지며 사회적으로 재기하기 어렵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이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집중화현상은 이처럼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앙과 지방의 종속관계를 지칭하는 ‘내부식민지’까지 잉태시키면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점점 고착화되고 있지만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내부식민지 종식 대안으로 혁신도시 등이 지방균형발전의 해법으로 제시되었지만, 그 실행수준은 ‘코끼리 비스켓’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정 정권에서는 ‘혁신도시 죽이기’를 시도했다가 지방의 강력한 반발로 슬그머니 철회한 적도 있다.

자문자답해 본다. 서울과 지방의 균형발전? ‘어느 세월에?’, ‘그걸 진짜로 믿을 수 있나?’는 부정적인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실로 반세기 넘게 수없이 반복된 그 허튼 수작을 정녕 믿으란 말인가?

그런 의문 끝에 지방은 더욱 공고해지는 내부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보다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각개약진 혹은 ‘지방내의 특정도시 패권주의’라는 차선책을 택하고 있다. 이는 서울과 지방의 내부식민지와 유사하다.

도 단위 지역의 패권도시는 서울이 지방을 대하는 것과 비슷한 입장을 취한다. 이른바 내부식민지 체제의 비극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전염되고 있는 것이다. 내부식민지의 비극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창원특례시 출범이 가시화되었다. 축하할 일이지만 특례시도 공공기관이 이전할 수 있는 혁신도시로 지정돼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이른바 ‘지방내의 특정도시 패권주의’ 혹은 ‘지방-지방 내부식민지’가 발호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이 지방의 발전에 무관심했던 것처럼, 특정도시 패권주의는 경남지역 다른 도시의 지방균형발전에 전혀 관심이 없다. 경남도청 이전 등 현실적으로 지방간의 균형발전을 가져 올 수 있는 대책마련은 아예 꿈도 꾸지 않고 있다. 아예 ‘현재로서는 예정이 없다’고 대못을 박고 있는 형국이다. 지방 스스로 각개약진으로 ‘알아서 하라’는 식에 다름 아니다.

서울과 지방의 내부식민지 체제가 지방의 특정도시 패권주의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그리고선 ‘다 그런 것 아니냐’는 섬뜩한 냉소주의를 만연시키고 있다. 서울이 지방에게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최근 불거진 LH사태에 대한 정부의 LH분할을 골자로 한 혁신안 역시 철저한 서울-지방 내부식민지 시각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균형발전 시각이 아닌 경남혁신도시 죽이기 정책이 될 수도 있다는 지방의 염려와 반발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LH를 해체 수준으로 분할하려는 구조 조정안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은폐하려는 국면 전환용 관심 끌기 정책’이라는 정치권의 멘트를 굳이 여기에 인용하는 이유는 정부의 LH혁신안이 과거 정권의 혁신도시 죽이기의 재연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앙집권화가 가져온 레드오션 체제가 지방을 피폐하게 만든 과오에 대한 반성을 촉구함과 동시에 이제는 지방만이 한국을 책임질 수 있다는 블루오션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고 싶어서이다.

내부식민지 타파와 지방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의 각성이 필요하다. 지방이 내부식민지 타파의 주역이 되어야만 지방이 산다. 그리고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황경규 (진주향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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