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수많은 대학생의 꿈과 일자리를 없애는 LH 분할은 답이 아니다
[아침논단]수많은 대학생의 꿈과 일자리를 없애는 LH 분할은 답이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5.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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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5월 27일 오전 경상국립대 등 진주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장이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부 직원의 일탈로 해체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한 LH에 입사할 꿈을 꾸던 많은 학생들의 망연자실하고 애통한 심정을 절절히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LH를 해체 수준으로 토막 내고 신규채용인력을 줄이고, 지역인재채용 약속을 백지화하는 것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LH 입사를 위해 밤낮으로 애써온 지역 청년들이 소중하게 틔워 온 희망의 싹을 짓밟지 말아 달라”라는 학생들의 애끊는 목소리에 총장으로서, 기성세대로서 미안하고 가슴이 아린다. 올해 채용 무산된 인원은 410명이다.

LH 본사가 분할되는 등 사실상 해체되면 취업을 준비하던 사람들의 꿈을 헛되이 할 뿐만 아니라 LH가 추진하는 다양한 사회공헌의 혜택을 받던 곳에도 어둠이 드리우게 될 것이 뻔하다. LH는 2015~2020년 6년 동안 871억여원의 사회공헌기부금을 사용했는데 이 가운데 124억여원이 경남지역에 사용됐다. 주로 지역상생, 취약계층지원, 교육, 문화예술 분야 등이다. LH가 분사되면 이러한 사회공헌활동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노후주택 개보수, 연탄 에너지 나눔, 김장 나눔, 의료 지원, 학교 공간 개선, 고교 장학금, 문화예술 협업, 소외아동 스포츠 관람 등 곳곳에 스며 있는 LH의 따뜻한 손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LH가 가진 가장 큰 기능은 ‘국민 주거 향상을 위한 주택 건설과 맞춤형 주거복지 사업’이다. 국민의 주거복지를 위해 정부에서 시행하는 주거복지 로드맵 가운데 ‘맞춤형 임대주택 및 분양주택 공급’ 영역에서는 LH가 차지하는 비중이 74%나 된다. 경남지역에 연평균 1236억 원의 경제적 기여를 한다. 일자리도 평균 84개 창출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진주시 지방세 징수분의 15%를 LH가 감당한다. 이 외에도 LH는 우리 사회에, 특히 경남지역에 유형·무형의 수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이것이 국가균형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전국에 설립된 혁신도시에 대표 공기업을 하나씩 두고 지역상생과 국가균형발전의 맏형 노릇을 하도록 맡긴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정부에서는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초동대처에 미흡했다고 해양경찰청을 해체했다. 하지만 해양경찰청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을 공감하여 슬그머니 부활시켰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한 것을 인정한 꼴이다. LH 사태 해법으로 거론되는 본사 분할 같은 초강수를 두고 “일시적 감정풀이다”, “LH 사태 해결보다는 다음 선거를 대비한 정치적 노림수다”라는 국민 여론이 커지는 것은 해양경찰청의 사례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정을 뿌리 뽑지 못하면서 부실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을 아프게 새겨야 할 것이다.

LH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과 합리성에 기반하여 해결해야 한다. 과일 상자의 과일 하나가 썩었다고 전체를 버릴 것인가. 한두 명 학생이 잘못했다고 학교를 분리하거나 폐쇄할 것인가. 빈대 잡겠다고 집을 태울 것인가. 벤처기업 육성(김대중), 지역균형발전(노무현), 녹색성장(이명박), 창조경제(박근혜), 한국형 뉴딜(문재인)은 그 본질에서 아주 훌륭한 국가발전전략이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정부가 바뀌면 수정해 가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거의 폐기하려고 했다. 과일상자를 통째 버린 꼴이다. 결국 벤처기업육성은 창조경제, 한국형 뉴딜과 맥을 같이하고 지역균형발전과 녹색성장도 한국형 뉴딜에 그 정신이 들어 있다. LH도 결국은 이와 다르지 않다. 몇 년이 지나면 다시 통합해야 한다고 할 것이 명백하다. 역사를 잊은 국가는 미래가 없다. 지난 역사를 보고 미래를 직시하여 LH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LH 해체는 답이 아니다.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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