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상속세에 발목 잡힌 우리 기업
[경일포럼]상속세에 발목 잡힌 우리 기업
  • 경남일보
  • 승인 2021.05.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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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한국 경제사에 영원히 기록될 삼성 이건희 회장이 영면(永眠)에 들면서 우리나라에 많은 선물과 시사점을 남겼다. 그는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 낸 ‘탁월한 선견력(先見力)의 리더’로써 남긴 족적은 물질적 사회 환원뿐만 아니라 정신적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틀을 마련했다. 이 회장의 유산은 삼성 계열사 지분과 미술품, 부동산 등을 합해 26조1000억원 정도이다. 유족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로 했다”라며 모두를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사회 환원을 기꺼이 결정했다.

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세계 최고의 상속세가 삼성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족들은 상속세를 향후 5년 동안 6차례 나눠 내는 연부연납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간 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삼성의 미래가 불확실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상속세 납부를 위하여 은행 대출 등 동분서주 하는 마당에 일반 기업들이야 오죽하겠냐’라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상속세에 대한 논의가 세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상속세 때문에 사업을 매각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대표 종자 기업이었던 ‘농우바이오’는 창업주가 별세한 뒤 상속세 1200억여원을 마련하지 못해 유족들이 회사를 ‘농협경제지주’에 매각했다. 한때 세계 1위 콘돔 생산 업체였던 ‘유니더스’도 상속세 때문에 2015년 국내 사모펀드에 회사를 팔아야만 했다. 주방 생활 전문업체인 ‘락앤락’은 상속세 때문에 가업 승계를 하지 못하고 홍콩계 사모펀드에 넘겼다.

국내 상속세는 최고 세율 60%(주식 승계 할증 세율 포함)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1위이다. OECD 국가 평균 상속세 최고 세율은 27.1%다. 세계적인 추세는 소득세를 높이는 대신 상속세를 낮추거나 폐지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OECD 37국 중 스웨덴·호주 등 15국은 상속세를 아예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중 스웨덴은 한때 상속세 최고 세율이 70%였지만, 가구 회사 이케아 등이 이를 견디지 못해 해외 이전을 추진하자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상속세율이 높은 일본에서도 상속세 부담으로 폐업하는 중소기업이 잇따르자 상속세 공제 등 가업 승계 제도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상속세 과세에 따른 세수 증대보다 폐업과 해외 이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이 창업 동기를 꺾을 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의 지속적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반시장적 인식과 기업에 대한 적대적 사고로 부의 대물림을 막으려 상속세율을 지나치게 높이다 보니 기업을 키우겠다는 의욕이 사라지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자신이 피땀 흘려 일궈놓은 기업을 자식에게 많이 물려 주겠다’라는 것은 기업가 이전에 인간 본성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높은 상속세율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들거나 해외로 내모는 것보다, 자국에서 사업을 키우도록 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법인세와 소득세를 많이 걷게 하는 것이 국가적 이득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일반적 견해다. ‘래퍼 곡선(Laffer Curve)’에서 ‘고세율의 역설(the paradox of high tax rates)’을 배웠다.
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래퍼 곡선:세율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근로의욕 감소 등으로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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