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말의 품격
  • 경남일보
  • 승인 2021.05.31 2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태갑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얼마 전 한미정상회담을 보니 트럼프식 막말과 바이든의 부드러운 화법이 더욱 비교된다. 경제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 했던 트럼프는 자국 내 투자확대를 통한 일자리창출과 대중국압박실리외교 등으로 코로나19 사태만 아니었다면 재선에 성공했을 거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사태의 졸속대응 이전에 이미 미국인들은 그가 구사하는 말에서 대통령의 품위에 맞지 않는 경박함으로 자존감에 상처받았고 바이든의 지구촌리더십 주창이 미국의 재건과 품격에 더 적합하다는 표심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이처럼 유력한 정치인들은 “말의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기도 하지만 품격을 잃은 언어는 부메랑이 되어 나락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우리네 서민들은 어떤가? 한마디 말에서 용기를 얻고 좌절하고 위로받고 상처받지 않는가!

버스정류소 주차장에서 화물차가 급회전으로 빠져나가면서 옆 승용차의 앞 범퍼를 모두 부수었다. 그러나 승용 차주는 놀란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가해자를 진정시키며 말한다.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사고수습은 웃으면서 처리되고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동네마트 좁은 주차장에서 후진하다가 뒤에 차량을 접촉했다. 피해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려서 불쾌한 말을 쏟아낸다.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가해자는 두 번 세 번 거듭 사과한다. “많이 놀랐지요? 미안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흠집도 발견되지 않자 접촉부위와 관계없는 다른 흠집을 가리키며 문제를 제기한다. 황당해서인지 사과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란 말인가? 접촉사고는 운전이 생활이 된 시대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던가! “그럼 보험처리라도 해 드릴까요!” 라며 거친 말들이 오간 후 사태가 종료되었다. 당연히 가해자가 잘못했고 더 사과를 해야 했지만 위로하며 웃어넘기지 못해 서로 불행한 하루였을 것이다. 한자 품(品)을 풀어보면 입구(口)자가 세 개로 이루어져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그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을 도해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많은 말을 하기 보다는 잘 들어야 상대의 마음을 얻는다(以聽得心)고도 한다.

정치인이나 서민이나 말을 통해 소통하려면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상대가 귀를 열도록 해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잠궈진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손잡이는 안쪽에 있다” 고 했다. 상대를 조금만 배려하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를 돌리도록 공손하게 말한다면 말로써 더욱 즐겁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박태갑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