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경제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경일시론]경제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21.05.3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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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지구상에서 반복되어온 경제위기는 화폐경제체제에서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불균형이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금융위기라고 부른다. 실물과 금융의 괴리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가 쌓여 시장을 꼬이게 하다가 그 폐해가 어느 한 곳에서 표출되기 시작하면 전 분야로 번져가며 경제활동을 침체시킨다. 위기가 되풀이되는 까닭은 민간부문이나 정부부문이나 똑같이 과거 경제위기의 교훈을 망각하거나 무시하려 들기 때문이다. 거의 똑같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배우지 못하는 교훈(unlearnt lessons)’이 되고, 인간의 본성인 그칠 줄 모르는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1929년 대공황,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1994년 ‘멕시코 위기’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세계 ‘IT버블 붕괴’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 경제위기는 금리, 주가, 환율이 거시경제와 균형을 이루지 못해 부채 증가와 거품 팽창을 초래하다가 거품이 소멸되면서 금융위기로 진행되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금융완화 지속으로 팽창해질 대로 팽창한 주식시장, 부동산시장 거품이 붕괴되면서 촉발되었다.

아시아 외환, 금융위기는 거시경제 여건, 대외 지급 능력과 동떨어져 과대평가 된 환율이 화근이 되어 투기 세력의 공격을 초래했다. 세계 금융위기도 경기 부양을 위한 초저금리로 비롯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경쟁이 주택시장 거품을 초래하고 갑작스런 금융긴축으로 주택시장 거품 붕괴와 금융기관 연쇄부도 사태로 다시 세계 금융위기로 진행되는 재앙이 반복되어 왔다.

성장, 물가, 고용, 국제수지 같은 거시경제 주요 지표들이 동반 변화(co-movement)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특정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경제적 재난이 비롯된다. 경제지표들은 홀로 변동하지 않고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는 유기체로서 어느 한 부문이 충격을 받으면 시장 전체로 파급되기 때문이다. 시장을 무시하는 정책은 시차는 있더라도 반드시 혼란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망각하면 안된다.

경제운용과 관련해 특정 정책목표를 위한 금융남용은 풍선효과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시장 불안심리를 불러일으켜 거시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채가 많으면 위험과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조그만 충격도 극복하기 어렵게 한다. 가계와 기업 부채는 각자도생을 위해서 스스로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정부부채는 부채 원인을 제공한 정책 책임자가 책임지는 일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금융의 기능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실물 부문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금융이 과도하게 앞서가거나 지나치게 뒤처져서 연결기능이 훼손되면 실물과 금융의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경제순환에 장애를 일으켜 경제위기를 초래한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때 전시행정에 매몰돼 실물경제 상황을 무시한 시장개입이 시장기능을 망가뜨려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결국 위기로 몰고 갔음을 경험했다. 경제순환에서 ‘공짜점심(free lunch)’이 절대 있을 수 없는 데도 서투른 묘수를 부리려다 국가 경제를 망쳤다. 성급하거나 때를 놓친 금융정책으로 빚어지는 거품현상은 결국 실물경제 교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을 지원하는 금융 부문이 생산하는 실물 부문을 지원하기는 커녕 오히려 교란시켜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수없이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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