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거스를 수 없는 MZ세대의 발로
[경일시론]거스를 수 없는 MZ세대의 발로
  • 경남일보
  • 승인 2021.06.01 2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옥윤 (논설위원)
민태원은 그의 수필 ‘청춘예찬’에서 “청춘!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설레는 말이다”라고 했지만 요즘의 청춘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가 강조한 청춘의 이상은 광야를 유리방황하는 가뭇없는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 알바로 전전해 당장 살아갈 엄두가 안나고 끌어다 쓴 빚을 갚아야 할 생각을 하면 미래가 없어 도무지 출산에 대한 계획이 서지 않는다. 청춘의 피는 끓어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이 세지만 갑속의 칼 같아 발산할 곳이 없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감염병은 역동적인 세대들을 가두고 꼰대들이 만든 ‘가붕개’, 허물어진 사다리, 치솟기만 한 부동산, 기울어진 운동장, 뒤흔들린 상식과 공정, 내로남불이라는 시대적 가치기준이 이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급기야는 증권과 비트코인, 블록체인 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영끌’, ‘빚투’로 발버둥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30년 후면 갚아 나가야 할 천문학적 부채가 목을 조여 오지만 ‘안돼요’라고 할 힘도 없다. 우선 나눠주는 푼돈이라도 받아 쓰야할 궁핍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래도 정치는 MZ세대에 대한 아무런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청춘의 반란은 당연한 발로이다. 꼰대들을 못믿겠으니 비켜라 이제는 우리가 직접 나서겠다는 MZ의 목소리가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이 바람이 정치권에도 미쳐 지금 제1야당의 당권 향방에 온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저 지나갈 회오리바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파장이 너무 크다. 더구나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바람을 잠재울 아무런 명분이 없다. 남태평양에서 발원해 스쳐 지나가는 태풍이거나 서양에서 불어온 문화적 충격이 아닌 지금 우리 땅에서 발생한 토종바람이라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에서 뒤돌아 보고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꼰대들의 청춘시절에는 자유와 민주가 담론이었다. 거리로 나서 가슴 속 불꽃을 태우고 이성을 다듬으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일만 하면 의식주가 해결됐고 ‘가붕개’였으나 출세의 사다리는 언제나 놓여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청춘은 꿈을 잃었다. ‘가붕개’는 영원히 ‘가붕개’이고 ‘금수저’는 영원히 ‘금수저’인 시대를 살고 있다. 청춘의 꿈과 힘을 발산할 일자리가 없어 컴퓨터와 씨름 하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속물로 비춰지는 암울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정신적 가치도 혼란스럽다. 평등, 상식, 정의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내로남불과 부모찬스가 대세인 혼돈의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적 딜레마가 MZ들을 자각하게 만든 것이다. 이대로 주저 앉을순 없다는 그들의 발로를 꼰대로 대변되는 기성세대들은 자성하며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되돌아 보며 대책을 내놓는 것이 시대가 요청하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다고 기성세대를 무조건 악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이 땅의 기성세대들은 가난을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쟁취한 주역들이다.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루고 가장 역동적인 나라가 됐다. 지금 힘들다고 무조건 그들을 내몰아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미래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MZ에게 꼰대들의 지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있고 균형감각이 있다. 다만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젊은 세대를 구상유치라며 무시하고 설자리를 주지 않은 잘못이 있을 뿐이다. 지금 이 땅에는 새바람이 불고 있다. 주류사회에 적극 참여해 주인이 되고 책임을 나누겠다는 젊음이 발산을 준비하고 있다. 그 움직임은 지난 재보선에서 이미 시작됐다. 설사 야당의 당권경쟁에서 좌절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캠페인은 계속돼야 한다. 다만 세대간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염려할 뿐이다.

변옥윤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