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탄소 중립위한 벌채지, 산지 재해예방에 만전 기해야
[경일포럼]탄소 중립위한 벌채지, 산지 재해예방에 만전 기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1.06.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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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필자의 박사학위논문은 ‘백운산 성숙활엽수림 개벌수확지에서 벌출직후의 환경변화와 운재로 침식에 관한 연구’이다. 필자가 굳이 옛날 논문을 들춰내는가 하면,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되는 탄소 중립을 위한 벌채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논문의 골자는 상당한 면적의 산림을 개벌(모두베기)하면, 식생, 토양미소동물, 계류수질, 토양물리·화학적 성분, 강수의 표면유출수량, 산지사면침식량, 운재로 침식량 등의 변화가 발생하며, 이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산림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특히 대규모 개벌수확지에는 임시 임도인 작업로가 개설되면서 벌채한 목재를 끌어 내리기 위한 작업장비가 필수적으로 투입된다. 이 작업장비로 인한 훼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토양의 기계적 답압에 의한 영향으로 강우시 침식이 더 확산되고, 장비가 투입된 지역으로의 강우가 모이게 되는 등 작업로 침식이 산사태 및 산지 재해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지역의 벌채 현장에서 주민들의 고성과 불만 사항을 들었다. 그들은 당산으로 여겨왔던 동네 앞산이 벌채된 모습도 불만이었으나, 무엇보다 곧 장마기와 태풍 등이 몰아칠 시기가 다가오는데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산사태나 산지 재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벌채지는 가옥과 연해 있어 그렇다는 거다. 현장을 조사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 지적한 것이 벌목한 나무를 끌어 내리고 모으기 위해 활용한 작업장비가 지나간 지역의 강우 집수 및 침식으로 인한 재해를 우려했다. 특히 소규모 벌채지는 작업로를 개설하지 않고 작업장비가 운송하기 쉬운 미세한 계곡이 형성된 곳으로 이동하면서 벌목한 나무를 끌어 내리기 때문에 장비로 인한 훼손이 발생하게 되고, 이 지역은 비가 내리면 토양침식 및 산사태 및 세굴에 취약한 구조가 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진단 내린 것은, 먼저 산사태 및 산지 재해에 취약한 곳에 대해서 응급적으로라도 예방 사방사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임업경영을 위해서나 건전한 산림생태계를 위해,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 저감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임목수확지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개벌지가 많다. 멀리서 한눈에 보아도 눈에 쏙 들어온다. 필자는 그에 관한 연구를 오래 해 왔기에 그 영향에 대해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다가올 장마와 태풍 등 강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작업로는 임시임도로 벌목을 위해 개설한 후 작업이 종료되면 방치하는 것이 통상이다. 그렇다 보니, 그 지역이 강우시 물길이 된다는 거다. 산지 경사를 따라 작업로 노면이 파괴되면서 산지 재해가 발생하는 것이 다반사다. 아울러 작업장비가 오가면서 훼손된 토양은 교란으로 인해 강우에 취약하다. 특히 미세계류나 요지(凹地)에 장비로 인한 훼손지는 강우로 인한 물의 집수와 이로 인해 강우강도가 세지거나 집중호우가 내리면 산사태 등 산지 재해에 취약하게 된다. 더구나 벌목 후 정리되는 부산물은 작업의 편리성을 위해 종 방향으로 수집하는데, 이는 강우에 의한 표면침식을 가속화 하는 일이다. 횡 방향으로 존치물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일은 산림 당국과 ㈔사방협회에서 벌채지에 재해 발생 가능성 여부를 선제적으로 조사하여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하니, 일견 안심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재해에 취약한 벌채지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예방 사방사업을 먼저 채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지역적으로 자문단을 구성하여 예방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구촌의 탄소 중립을 위해, 우리의 산림을 더 좋게 만들려고 하는 사업을 함에 있어, 엉뚱한 산사태 및 산지 재해가 이러한 좋은 일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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