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지리산의 축복
[경일춘추]지리산의 축복
  • 경남일보
  • 승인 2021.06.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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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진주문협이사, 경해여중교사)
 

 

명산에 인물 난다는 말 있다. 붓다의 탄생도 히말라야 영봉이 만들었다. 네팔 남동부 테라이(Terai) 평원에 있는 룸비니가 붓다의 고향인데 설산을 코앞에 둔 동네다. 붓다가 했던 생각이 시, 분, 초 단위로 읽힐 정도다.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 영봉 8000m 고지가 룸비니의 지혜를 키운 조력자였다.

진주에서는 지리산이 빤히 보인다. 맑은 날, 내동면 칠봉산 제1 마루에 오르면 우뚝 솟은 천왕봉이 마주한 듯 가깝다.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 강가에서도 훤칠하게 들어온다. 천왕봉이 보이면 한참 동안 설렌다. 지리산을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처럼 여기는 진주사람이라 그렇다.

지리산 3대 봉인 노고단(1507m). 천왕봉(1915m), 반야봉(1734m)을 중심으로 무수히 다녔다. 백두대간 절경 보며 주 능선 종주를 몇 차례나 했다. 칠선계곡, 한신계곡, 대원사계곡, 대성골, 피아골, 뱀사골, 도장골. 토끼봉, 노루봉, 삼도봉, 촛대봉, 영신봉 기네소폭포, 무재치기폭포 하동 바위, 백무동 큰 계곡 정기 받으며 열심히 다녔다. 40리 뱀사골을 웅장한 물줄기와 크고 작은 담소들에 취해 온종일 걸었다. 울창한 수림 속 원추리, 엘레지, 너도바람꽃, 기생꽃, 참바위치 희귀한 야생화들 여름내내 펼쳐지는 화개재 고원은 풍부한 수량으로 깊은 숲을 자아내기에 여름철 피서지로 정해놓고 해마다 다녔다.

지리산 갈 때마다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진주 고교 산악회를 반석에 올린 그 당시 산악회 회장님께 들은 얘기다. 진고산악회와 학교가 기획한 ‘재학생 천왕봉 등정’을 우중에 단행하여 걱정부터 앞섰다. 그럼에도 한 명의 낙오 없이 무사히 회귀했다. 우정과 배려가 성공시킨 완주였다. 혹독한 자기와의 싸움을 극복한 아이들은 지금쯤 진주의 동량으로 성장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지리산이 낳은 설화는 무수히 많다. 반야봉 반야는 불교에서는 지혜를 의미한다. 지리산 산신인 마고 할미 도력과 반야의 지력이 영산을 떠 받치는 주된 축이다. 산을 찾는 이들의 간절한 기원이 그래서 잘 발원된다. 노고단 운해와 반야봉 낙조는 3대를 적선해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과 함께 절경의 백미로 손꼽힌다. 히말라야 설산과 다를 바 없는 영적 기운을 받기에 더없이 좋다.

5백 년 전, 불세출 남명선생 출현 있었듯 지리산 축복 받은 진주 땅에서 걸출한 인물 나왔으면 하는 희망을 코로나 혼란 끝에 묵직하게 가져본다. 이정옥 (진주문협이사, 경해여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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