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도 더 지난 중학교 2학년 어느 날 경주로 화랑교육을 가게 되었다. 학교를 떠난 외지여행은 기회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딱히 무엇을 배워 오겠다는 목적의식보다는 산골소년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들뜨고 설렜다.
전국에서 모인 중학생들이 함께 한 2박3일은 짐작하다시피 통일신라의 주역인 화랑의 이념, 즉 나라에 충성하고(事君以忠), 부모에게 효도하며(事親以孝), 벗을 믿음으로 사귀고(交友以信), 싸움에는 물러서지 않되(臨戰無退), 생명을 죽임에는 가려서 해야 한다(殺生有擇)는 다섯가지 원칙을 위주로 한 학습과 체험활동이었다.
그동안 많은 세월이 흘러 신라통일의 정신적 기반인 화랑정신의 이념에 대한 해석과 관심에 변화가 있어 왔고, 근래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물질과 개인위주 산업사회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덕목으로 선비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문(文)보다 무(武)에 방점이 있었던 신라의 화랑정신에 비해, 임금과 견줄만한 신권을 확립했던 선비의 나라 조선에서 지도층의 자긍심이 되어 준 선비정신의 핵심은 선공후사(先公後私), 억강부약(抑强扶弱), 외유내강(外柔內剛), 극기복례(克己復禮)를 기본으로 의리와 원칙을 세워 자신을 수양하고 장차 치인의 단계로 나가고자 함에 있었다.
이는 실로 공동체의 안위를 우선하고 지나친 벼슬과 재물을 탐하는 사리사욕을 부끄럽게 여기는 고차원적 리더십으로 우리 민족의 소중한 유산이자 시대를 초월한 정신자산이라고 하겠다.
근래 관료와 지식인층의 도덕적 해이가 줄을 잇는 청문회와 부의 세습과 출세위주 공부로 물질적 성취에 편향된 가진 자들의 천박한 모습 등을 지켜보며 이제 우리사회는 빈곤극복의 치열했던 경쟁을 뒤로 하고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 맞는 여유와 품격 있는 가치관을 되찾는 치유의 과정이 더욱 절박함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한 공감에 더하여 우선 가장 바람직한 해법으로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공동체가 곧 나의 바탕이고 나눔과 배려가 곧 나의 행복으로 귀결된다는 근원적인 가치관을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시켜 나가는 것” 이 중요하다는 인식과 실천이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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