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선생님의 보자기
[교단에서]선생님의 보자기
  • 경남일보
  • 승인 2021.06.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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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시인, 교사)
 

 

유명했던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신이 우리에게 자식을 준 이유가 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느껴보라고 그랬다는 것이다. 정말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자식이 자라주기란 어렵다. 왜냐하면 자식도 또 다른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녀는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선생님, 여러 가지 규율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그 옆에 늘 선생님이 함께하고 있다. 학생에 따라 선생님의 고뇌 또한 깊이가 달라지고 보듬어야 할 양이 달라진다.

한 반의 학생과 담임은 그해의 인연으로 맺어진다. 어떤 반은 학생들이 순둥순둥하여 서로 잘 지내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다고 한다. 반면 어떤 반은 날마다 일이 생겨서 생활지도로 엄청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애를 쓰는 경우가 있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일이 생길까 쉬는 시간조차 노심초사 교실을 지킨다. 그래서 선생님의 교육관은 틀이 정해진 가방보다 아이마다 다르게 품어 담을 수 있는 보자기여야 한다.

아침부터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이렇다. 화가 나요. 왜 화가 나니? 지우개가 깨끗이 지워지지 않아 짜증 나요. 괜찮아. 예쁘지 않잖아요. 아침 활동 시간에 교실 바닥에 버려진 껌을 밟은 선생님이 누가 껌을 바닥에 버렸는지 물어보면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마스크를 낀 채로 한 아이가 오물오물 껌을 씹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지금 껌을 씹고 있으니 교실 바닥에 껌이 네 것이지? 그게 아니고요. 그건 제 것이 아니에요. 다른 친구들은 아무도 껌을 씹지 않는데? 그게 아니고요. 그럼 지금 껌 씹고 있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니? 잘못한 것 같아요. 이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아 가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그만큼의 보자기로 감싸며 성장을 기다린다.

쉬는 시간 학습 준비물을 가지러 선생님이 오 분 정도 교실을 비웠는데 남학생이 여학생을 때려서 울려 놓은 반의 선생님은 하교 후에 목이 쉬어있다. 종일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알아듣도록 설명하고 타이르고 격려하고 다짐시켰으리라. 그 후로도 학부모님과 한참이나 전화 연락을 하고 있었다. 신이 자신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어머니를 두었다고 한다면, 어머니조차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선생님이 있다. 부모가 생각하는 목표로도 손이 닿지 못하는 굽이마다 고뇌하는 선생님이 있는 것이다. 허미선 (시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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