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남학생자치조례, 이유 있는 반대
[기고]경남학생자치조례, 이유 있는 반대
  • 경남일보
  • 승인 2021.06.07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상권 (학교바로세우기 운동본부 상임대표)
 

 

‘경상남도교육청 학생자치 및 참여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기한부 연기됐다는 언론 보도를 보았다.

보도에 따르면 조례를 찬성하는 의원들은 이 조례가 학생들의 자치와 참여를 보장하고 학교자치기구의 자율적 운영을 담보하는 것인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교육위원회 검토보고서에는 전반적으로 환영하면서도 관련 법령의 미비를, 조례를 반대하는 의원들은 학교에서 혼란을 걱정하고 있다.

필자가 이 조례를 반대하는 이유는 현재도 학생들은 자치활동 참여와 자율적인 운영을 충분히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제17조, 동 법 시행령 제9조에서 학생자치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고, 지금도 학교에서는 얼마든지 학생 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단 학교장의 허락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조례의 의도는 학생들이 학교의 허락 없이 학생 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례 제3조에서는 학생들이 자치기구 구성과 자율적인 운영의 권리를 갖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학교와 학부모의 허락 없이 어떤 단체라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아무리 비교육적이고 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단체를 만든다 하더라도 학교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게 된다.

조례 제7조에 따라 경남도교육청 학생의회를 만들면 학생 의원에게는 각종 혜택이 주어질 것이고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학부모는 자기 자녀를 학생의원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라도 할 것이며, 결국 학교는 선거판으로 정치의 장이 될 것이다.

조례 제5조에서는 학생의회 정책을 만들고 지원하기 위해 외부 단체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교육감이 특정 민간 단체에 국민의 혈세를 줄 수 있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조례의 운영 규칙을 알 수 없으니 숨은 의도가 있다고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일부 교육감들은 민주, 인권, 자율, 민주시민교육, 미래교육 등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학부모의 눈과 귀를 가려 왔다. 문제를 제기하면 구태한 사람이고 비민주적인 사람으로 몰아갔다. 그 결과 학교 현장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조례를 제정하는 도의회에서는 법리 검토가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교육적인가. 학생들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 꼭 필요한가’ 를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미래사회 주역답게 민주적 권리를 보장받고 권리행사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학교를 정치의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곳이라기보다 학생들을 지켜보는 곳이 되었다.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들이 어떤 심정인지 걱정이다. 이런 걱정이 해결된다면 이 조례 제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반드시 학생이 주도하는 교육이 최선일 수는 없다.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각 학교 상황에 맞게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이 반영된 학칙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더 민주적인 방법이 아닐까. 현재 학교교육과정에는 이미 민주시민교육 역량강화를 위한 내용이 충분히 포함되어 있으며, 범교과학습으로 다양한 교육 활동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자칫하면 그릇된 민주 개념을 형성하여 책무는 없고 권리만 배워서 남용하는 학생들이 될까 걱정이다. 학생, 학부모, 학생이 서로 소통해 학교교육과정을 잘 운영해 간다면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함께 성장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것이라 믿는다.

김상권 (학교바로세우기 운동본부 상임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