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장꽃이 활짝 피었다
[경일춘추]장꽃이 활짝 피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6.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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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숙 (콩살림지기)
 

 

찔레꽃이 피듯이 우리 집 항아리에 장꽃이 피었다. 항아리 속에는 메주가 소금물 속에 푹 담겨져 있다. 이 메주는 소금물에 안겨 된장이 되어가고 이 소금물은 메주를 품고 간장으로 변해간다. 이 간장 위에는 찔레꽃이 필 무렵 찔레꽃잎 같은 꽃가지가 하나 둘씩 피기 시작한다. 이것을 장꽃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 장꽃이 하얗게 피고 나면 장 가르기 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처음 담는 분이나 장꽃 핀 것을 보지 못한 분들은 많이 놀라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어르신들이 이것이 펴야 장맛이 좋다고 말씀을 해주신 것처럼 우리도 장맛을 좋게 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 드린다.

장 가르기는 그야말로 된장과 간장을 분리하는 작업이다. 소금물에 흠뻑 젖은 메주를 하나하나 건져내어 치대어 놓는 일은 건장한 남자가 해도 고된 작업이다. 많은 양을 치대어야 하니 여러 손이 필요하고 일심동체로 마음을 맞춰 장 가르기를 해야 한다. 장 가르기 한 된장은 공기를 접하지 않게 꼭꼭 눌러 놓고 그 위에 살짝 불린 다시마를 덮어놓으면 수분도 날아가지 않고 곰팡이를 방지할 수 있어서 좋다.

장 가르기를 하고 나면 파리와 벌레, 요즘은 미세먼지도 조심해야 한다. 파리들도 맛있는 된장 맛을 아는지 용케 찾아 맛있는 된장 항아리에 알을 서려 놓는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보이지 않는 허점은 있게 마련이고 생명을 낳고 살리려는 본성은 치열해서 조금만 방심해도 이 녀석들에게 당하기 십상이다. 어머니는 햇살만 좋으면 장독 뚜껑을 열어 놓으셨는데 어머니와 같이 할 수가 없다. 뚜껑을 열어 둘 수가 없다. 미세먼지와 벌레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다. 처음 장을 담는 분들은 궁금해서 장 뚜껑을 자주 열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장 가르기를 해서 숙성에 들어가면 우리는 최대한 뚜껑을 열지 않고 여름을 나도록 자연에 맡기고 기다린다. 시골에서는 열어 볼수록 파리 알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된장은 된장대로 간장은 간장대로 숙성되는 시간을 가진다. 간장은 오래 묵을수록 약간장이 되고 된장은 2년 숙성되면 가장 맛이 좋다.

메주는 다양한 균이 있어 충분히 숙성시켜 먹는 것이 좋다. 한 여름의 햇살을 받으면 항아리는 손을 댈 수도 없이 뜨겁다. 이 뜨거운 열기의 시간을 지나야 부패하지 않고 장맛이 서로 어우러져 발효된다. 이 시간을 지나고 바람이 쌀쌀해지면 따끈한 밥과 함께 밥상에서 맛있는 장맛을 볼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올해도 장 꽃이 피는 것을 함께 바라보며 장이 숙성되듯 서로를 이해하며 우리의 삶도 세월을 더하며 익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종숙 (콩살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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