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문이 열리는
비상벨이다
나의 소원만큼 높이 있다
특별한 날에나 걸리는 만월등을 보게 된 화자에게 푼크툼이 발생한다. 산사에서 등을 다는 일은 어두운 세계에 반야지혜처럼 온 부처를 기념하는 일이자, 세속의 번뇌와 무지에 쌓인 중생이 부처를 닮아 성불하고자 하는 상징적 의례이다. 혹자는 개인의 영달을 비손하는 기복적 의미로써 등을 밝히기도 하지만, ‘비상벨’에서는 ‘나’의 ‘기도’와 ‘소원’이 지향하는 곳을 알 수는 없다. 바로 그 지점의 중의적인 메타포가 독자의 사유를 자유롭게 한다.
만월등과 비상벨은 등가이다. 등은 부처의 것이라면 벨은 나의 것이 된다. 등은 바라보는 것으로 화자에게 수동성을 조장하지만, 벨은 나가 눌러야 하는 능동적 행위를 상징한다. 수동적 사진과 능동적 문장을 직조하고 교직하니 서장원만의 아우라를 지니게 되었다.
‘비상벨’은 제2회 이형기디카시신인문학상 수상작품이다. 심사평을 간추려 다시 소개한다.(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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