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19]의령 왕가네약초박물관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19]의령 왕가네약초박물관
  • 경남일보
  • 승인 2021.06.1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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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영원한 꿈 무병장수의 비결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영국인 토마스 파로 알려져 있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평생을 농사일에만 종사하며 채소류와 손수 만든 치즈 등 적당량의 음식만 섭취했으며, 하루 일과 중 반은 논밭에서 일하고 땀 흘리는 소박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80세에 첫 결혼을 하여 1남 1녀를 두었고, 120세에 45세의 여성과 재혼하여 노익장을 과시하며 살았을 정도라고 하니 많은 사람의 로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러한 토마스 파의 장수를 축하해 주기 위해 그의 나이 152세가 되던 해, 영국왕 찰스 1세가 왕궁으로 초대하여 생일 파티를 열어 주었는데, 그때 기름진 음식을 과식한 것이 원인이 되어 2개월 후 사망했다고 한다.

무병장수를 꿈꾸던 영국왕 찰스 1세는 토마스 파를 불러 좋은 음식을 대접하며 무병장수의 비결을 물었을 것이다. 자연 속에서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며 채소류 중심으로 식생활을 해온 토마스 파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자연, 부지런함, 채소, 여유로움으로 채워진 토마스 파의 삶 자체가 바로 무병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에서도 ‘100세 인생’이란 말이 화두가 된 지 오래 되었다. 무병장수의 다른 이름인 100세, 모든 사람의 꿈의 나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병 없이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꿈이 영글도록 하기 위해 의령 벽화산 기슭에서 ‘왕가네 약초박물관’을 운영하는 분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필자는 100세 인생을 꿈꾸는 멀구슬문학회 회원들과 함께 약초 자생지로 이름난 의령읍 상신마을 남재골에 있는 ‘왕가네약초박물관’을 탐방하기로 했다.

 

◇정성과 노고로 이루어진 곳

진주에서 승용차로 30분 정도 가자 의령읍 상신마을에 닿았다.

마을 위쪽 오령저수지 밑에다 주차를 해놓고 왕가네약초박물관으로 갔다. 승용차로도 갈 수 있는 산길이지만 1.2km 길을 산책 삼아 천천히 걸어서 올라갔다. 약초박물관 주인인 왕태령 관장이 직접 닦은 비포장 산길이다. 걸으면서 생각해 보니, 도로를 포장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체험객들로 하여금 20분 정도 흙길을 걸어서 약초박물관까지 오게 하는 그 자체가 바로 몸에 좋은 약을 먹는 것과 같은 효능을 가지게 하기 때문에 흙길로 된 산책로를 조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곡에 놓인 다리를 하나 건너자, 박물관 초입에 ‘왕가네 약초박물관’이라고 쓴 빛바랜 글씨와 함께 왕태령 관장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때마침 부산에서 성악동호인 10여 명이 약초체험과 동아리 MT를 하기 위해 와 있어 함께 약초체험을 하기로 했다. 약초표본실, 야외무대, 요가 체험장, 체험객 숙소, 돌거북 한 마리가 유영하는 작은 연못, 약초공원, 자연 그대로의 약초박물관 등 박물관 전체 공간에 대해 설명해 주신 뒤 왕 관장은 체험객들을 약초표본실로 안내했다. 약초와 약재를 계절과 상관없이 항상 관찰할 수 있게 하고, 자신이 직접 생산한 약초를 체험객들이 오감을 활용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표본실을 마련했다고 한다. 왕 관장의 정성과 노고가 200여 표본에 고스란히 배어있는 듯했다.

의령에서 태어나 약초박물관 아랫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왕 관장은 도시에서 10년간 몸담았던 건축자재 임대업을 정리하고 이곳 남재골로 귀촌했다고 한다. 약초길과 산책로를 포함해 약초박물관 전체 면적은 2만여 평이나 되고, 자신이 직접 포크레인 등을 이용해 산비탈을 개간하여 본초학에 의거해 200여 가지의 약초와 약재를 효능별로 분류한 뒤 재배하기 시작해 마침내 약초박물관을 조성했다고 한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고답적인 건축양식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왕가네 약초박물관은 벽화산 산등성이와 골짜기 전체가 박물관이다.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박물관인 셈이다. 얼핏 보면 산비탈에 자연 그대로의 약초들이 자생하는 것처럼 보였다.

표본실 앞에 있는 약초공원은 약초박물관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공간이다. 체험객들에게 약재와 약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오감으로 직접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조성해 놓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십전대보탕, 총명탕, 쌍화탕, 보증익기탕 등 체험객들이 자주 들어봤거나 가끔 복용하기도 한 약들에 대한 효능과 약재를 설명해 놓았다.

십전대보탕은 인체의 기혈과 음양을 두루 온전케 하는 약으로 당귀, 천궁, 작약, 황기, 지황, 인삼, 백출, 백복령, 감초, 육계 등 10가지 약재에다 생강, 대추를 넣어서 달여 만든 약이다라고 설명해 놓은 안내판이 있고, 십전대보탕의 약재로 쓰이는 약초를 심어놓고 나무패에다 약초 이름을 하나하나 새겨 놓았다. 약초를 직접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놓아 체험객들로 하여금 한약에 대한 신뢰와 긍정적인 심리를 갖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무병장수의 꿈이 영글어간다

약초 체험을 마친 성악동호인 회원들은 야외무대에서 성악 연습을 하고, 필자 일행은 약초길을 따라 산비탈에 조성해 놓은 약초재배지를 탐방했다.

약초길 양옆으로 심어놓은 다양한 약초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명패를 세워 놓았다. 산비탈에 지그재그 식으로 만들어 놓은 약초길을 걸어 산등성이에 이르자 벽화산 임도가 나타났다. 가파른 길을 올라오느라 온몸에 밴 땀을 식히며 잠깐 한숨을 돌리는데 산 아래쪽에서 성악 연습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뒤질세라 가깝고 먼 산에서 온갖 새들이 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다. 뻐꾸기, 검은등뻐꾸기, 꾀꼬리, 어치, 박새 등이 바람소리에 맞춰 합창을 했다. 초여름의 ‘왕가네 약초박물관’은 거대한 음악 공연장이었다. 깊은 골짜기에 약초박물관을 조성한 이유를 이제사 알 것 같았다. 무병장수를 위해선 약초도 중요하지만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삶 자체가 무병장수로 다가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산길을 내려왔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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