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그룹 강병중 회장 “진주 새로운 100년 준비 할 때”
넥센그룹 강병중 회장 “진주 새로운 100년 준비 할 때”
  • 이은수
  • 승인 2021.06.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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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사회 환원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이며, 특히 “고향 사랑이 유별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진주 출신기업인으로써 진주와 서부경남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담고 있는 한국을 가장 대표하는 곳이라는 자부심을 가슴에 안고 산다.

그는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혜안으로 상생발전을 강조하며,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의 현안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풍부한 경험을 녹여 “미래 100년을 준비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며, 동남권 메가시티는 물론이고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진주와 사천의 통합, 부산과 창원 김해 등 하류지역의 남강물 사용 등에 대한 견해 피력도 주저하지 않았다.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가야 할 길’에 대해 원로인사는 열변을 토했다.

다음은 강 회장과 일문일답.

-경남과 부산, 울산 3개 시도가 내년 상반기에 동남권 메가시티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기업인들 가운데 메가시티를 적극 지지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서울과의 연계성이 시너지 작용을 하면서 경기와 인천을 포함하는 수도권이 빠르게 비대해졌다. 경기도에 공단이 많이 생기면서 1990년대부터 타지 유입인구가 한해 30만명씩 급증했고, 1986년 500만명이던 인구는 1300만명이 넘었다. 사람·돈·물류 정보 첨단기술도 집중됐다.

비수도권이 요구하는 지역특성을 살린 야심찬 경제정책은 외면받기 일쑤다. 상의회장을 하면서 전국을 둘러볼 기회가 많았던 저는 이러다가는 ‘동남권 및 비수도권이 큰 일 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국가 충추관리 기능을 분산시키자는 주장을 해왔다. 또 수도권정비법 재개정도 행동으로 옮겼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제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나서 1990년부터 주창해왔던 부울경 특별시나 동남권 광역연합과 같은 방식이고, 또 지방분권이나 국토균형발전과도 맥을 같이한다. 즉 동남권 3개 시·도가 연합해 광역경제권을 만들어 수도권 일극체제를 벗어나 독자적 발전이 가능토록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동남권 메가시티, 지금이라도 힘을 모아 반드시 좋은 결실을 거둬야 한다.

-메가시티와 함께 진주발전, 특히 진주와 사천의 통합을 주창하는 이유는.

▲두 지역 사이에 이견이 있고, 또 사천 쪽에서 아직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서 매우 조심스럽지만, 두 지역과 서부경남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시기가 문제이지 언젠가는 결국 합쳐질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일찍 합쳐서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 진주가 동남권 메가시티의 4대 거점 도시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통합이 필요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메가시티와 같은 지자체 연합은 동남권만의 움직임이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심화에 따른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수도권에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의 길을 찾기 힘들다.

일본의 ‘간사이광역연합’이나 프랑스 ‘메트로폴 리옹’처럼 지자체들의 연합이 제2경제권 성공사례이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인구가 급감하는 나라에서는 예산 절감과 공공서비스 효율 등을 높이기 위해 기초자치단체 통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일본은 이미 많은 기초지자체가 통합됐고, 우리도 그런 추세다.

현재 진주시 35만명, 사천시가 11만명이다. 합치면 약 46만명 정도가 되고, 서부경남 10개 시군을 전부 합치면 약 80만명이다. 특히 진주를 제외하고는 서부 경남 9개 시군이 모두 인구 소멸위험지역이다. 사천시마저도 지난해 인구소멸지역에 포함됐다. 서부경남의 인구가 진주에 몰려들 것이 예측되고, 그만큼 진주의 역할(중추관리기능)과 책임이 커진다.

통합시 청사는 사천 쪽에 건립하되,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두 지역 경계지점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남권 메가시티 거점도시들과의 연결이나, 향후 통합이 예상되는 여수 순천 광영권과의 산업적 연계가 대등하고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진주·사천과 서부경남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주 엑스포 유치를 주장하고 계시는데.

▲진주를 빠르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계기가 엑스포 유치라고 생각한다.

엑스포는 경제 고용 유발효과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도시 브랜드를 높이는데 더없이 좋다.

또 교통 문화 관광 등의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993년 대전과 2012년 여수 등 두 차례 있었다. 대전엑스포에는 세계 108개국과 33개 국제기구, 관람객은 약 1450만명이었다. 여수엑스포에는 105개국과 10개 국제기구, 관람객은 약 800만명이었다.

인구 30만명 미만인 여수는 엑스포 개최 후 몰라보게 발전하고 있고, 특히 연 관광객 1300만명 시대를 열었다.

국제박람회(BIE)에서 공인하는 박람회는 ‘등록박람회’와 ‘인정박람회’가 있다. 등록박람회는 규모가 크고, 인정박람회는 작다. 부산이 유치하려는 2030년 월드엑스포는 등록박람회이다. 진주는 대전·여수와 같은 인정박람회가 제격이다. 준비 기간은 10년 정도이다.

-남강댐 물을 통한 상생 발전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오고 있는데.

▲부산·창원·김해 같은 큰 도시의 물 공급과 관련해 2·3급수, 심지어 4급수도 있다. 오염된 강물을 정화한 수돗물은 못 먹겠다며 비싼 생수를 사먹고 있다. 그만큼 하류지역 주민들에게 절박한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 해당 지자체와 환경단체들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서로 의견이 달라 현재로선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데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도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 물을 어느 세월에 1급수로 만들 것이며, 상류지역에서 반대 하는데 무슨 수로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겠나. 오죽하면 창원이 ‘하류권 도시 시민들의 건강권과 생존권 문제’라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으면 원수대금과 물이용 부담금 납부거부를 검토한다고 하겠나. 창원시는 지난 2018년에도 정수처리 비용 100억원을 정부가 부담하라고 했다. 어떻게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현실적인 해법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

▲그간 정부와 경남도에서도 상류댐 건설과 남강댐 용수 공급량 증대 등과 같은 방안을 내놓으면서 당위성과 필요성만 강조하는 원론적인 주장을 해왔다.

메가시티는 하나의 큰 생활공동체라고도 할 수 있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또 줄 수 있는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으면서 상생 발전해야 한다. 하류지역에서 깨끗한 물을 받게 되면 물을 주는 상류지역에 보상차원의 지역발전 기금을 지원하는 것도 현실적 방법일 것이다.

진주와 서부경남이 고향인 사람들이 부산·창원·김해에도 많이 살고 있다. 재부진주향우회가 가지고 있는 출향인사 명단만 하더라도 8만명이니까 실제 진주 인구보다 더 많은 서부경남 사람들이 하류지역에 살고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의 수요 공급과 홍수 위험도 더 세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남권 메가시티가 모델로 삼은 일본 간사이광역연합에는 크고 작은 댐이 많기 때문에 식수원인 1급수를 포함해서 물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지역도 적지 않다. 또 인구 감소 등으로 물 수요가 줄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댐의 건설과 재생 및 보강을 통해 저수량을 계속 증대시키고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을 경우 오사카시 중심부가 수몰된다는 시뮬레이션도 했다.

우리와는 다르게 깨끗한 식수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지역이지만, 물의 수요 공급 방법과 홍수 위험 대비책 등은 한번쯤 참고해 볼 만하다고 하겠다.

-진주와 서부경남 발전방향을 조언한다면.

▲관광 분야의 활성화이다. 진주와 서부경남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담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임진왜란 때의 스토리텔링도 있고, 경상우도의 영남학파를 이끈 남명 조식 선생과 제자들의 성리학과 선비 정신이 남아 있는 유학의 본고장이다.

남강과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광 등 관광자원도 많다. 여수는 엑스포를 개최했고, 순천은 국제정원박람회를 10년만인 2023년에 두 번째 개최해서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진주와 서부경남도 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나.

진양호 위에 드론 택시를 띄운다든지, 진주 실크를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방법 등 여러가지 방안이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명성의 일본 오카야마 현(岡山縣)의 ‘청바지 도시’ 구라시키 시(倉敷市)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실크의 고장’ 진주에 실크 거리가 생기고, 나만의 실크 옷을 만들 수 있는 체험도 하게하고, 실크 기념품도 살 수 있게 해서 구라시키 시의 청바지처럼 섬유산업과 관광산업은 물론이고 다른 산업에까지 영향을 끼쳐 진주 전체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강병중 회장은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은 반세기가 넘는 동안 오로지 타이어와 자동차 관련 사업에만 전념하며 외길을 걸어왔다. (주)넥센은 자동차용 튜브의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오랜 기간 지키며 1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법정관리에 있던 우성타이어를 인수해서 이름을 바꾼 넥센타이어는 세계 타이어업계에서 최고 높은 수준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초스피드로 글로벌 기업이 됐다.

강병중 회장에게는 동남권을 대표하는 향토 기업인이자 상공계 원로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그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3연임하면서 삼상자동차와 선물거래소 부산유치를 했다. 또 정부가 ‘수도권 정비법’을 재개정하면서 수도권을 억제하게 하는 한편 대기업의 지방분산을 위해 수도권기업 지방이전 대책을 촉구하는 등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그는 상의회장 퇴임 후에도 현역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발전을 비롯한 상공계의 많은 사업에 열정적인 지원을 하고 앞장을 선다. 그러다 보니 ‘영원한 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불린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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