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LH 닮은 국회, 국회와 다른 LH
[경일시론] LH 닮은 국회, 국회와 다른 LH
  • 경남일보
  • 승인 2021.06.1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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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불법 소유 및 거래 의혹을 받는 소속 의원 12명을 지난주 공개했다. 우상호 윤미향 양이원영 같이 꽤 알려진 이름들이 포함됐다. 당은 이들 중 지역구 출신 10명을 탈당토록 하고 비례대표 2명은 출당키로 했다. 비례는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배려한 거다. 송영길 당 대표는 ‘의혹 해명 잘하고 돌아와 달라’고 했다. 무혐의 받고 복당할 땐 카펫 깔겠다는 뜻이다. 네티즌들이 이름 붙인 ‘억울 호소인’ 몇몇은 탈당을 거부하다 받아들이는 듯하다. 불안하면서도 백신 맞는 심사인가.

이들의 불법 의혹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제기했다. 민주당 의뢰로 소속 의원 전원과 그 가족 816명의 조사에서 얻은 결과다. 조사 자료는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이첩되었다. 민주당은 이들의 혐의를 밝히진 않았지만 대강은 알려졌다.

국토교통위 소속이었던 한 의원. 형제·사촌들과 공동으로 자기 지역구인 경기도 광주 고산2택지 지구에 땅 5억 원어치를 샀다. 그 직후 시가 도시계획 변경을 고시했고 개발됐다. 그러자 땅 산 지 3년 만에 값이 10배 이상 올랐다. 의원으로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이 짙다. 윤미향 의원도 친족 간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가 있었다. 양이원영 의원 등 댓 명은 농지를 사 놓고 농사를 안 지었다. 이밖에도 ‘내로따블당’ 같은 패러디 댓글 달린 사례들은 열두 개도 넘는다.

이들의 혐의는 더 두고 봐야 진위가 가려질 거다. 하지만 땅을 쪼개서 사거나 남의 이름을 빌리는 따위들이 어디서 많이 듣던 솜씨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3월 드러난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사태에 그 닮은꼴이 있다.

처음 LH 직원 14 명과 이들 가족이 광명 시흥 일대에 땅 약 7천 평을 100억 원 가량에 사들였다고 시민단체가 밝혔다. 올초 3기 신도시로 선정 발표된 곳이다. 매입자금 중 58억 원은 금융기관서 낸 빚이었다. 한 직원은 시기를 달리해 두 필지를 사들이기도 했다. 배우자 명의로 사들인 사람은 퇴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자들과 공동 취득하기도 했다. 관련 공무원인들 없으랴 하고 특수본 수사인력 2400명이 달겨들어 LH 관련 전수조사를 폈다. 그 결과 하위직 공직자 투기질만 겨우 30여 건 찾아냈다.

혐의자들이 사들인 땅은 신도시 지정 지역 안에 있는 논밭이다.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代土)를 받을 수 있다. 농지를 사려면 영농계획서를 내야 한다. LH 직원이 농사도 지을 건가. 결국 허위 계획서를 내고 투기 목적으로 샀다는 의심을 샀다. 합리적 의심이다. 일부 매입자들은 사자마자 지분을 교묘히 쪼갰다. LH의 보상 방식을 잘 아는 직원이 직간접으로 개입되었을 정황이다. 총체적으로 미공개 정보를 빼내 이용한 낌새가 엿보인다. 이런 점이 민주당 탈당을 권유 받은 국회의원 12명의 불법 의혹과 닮은꼴이다.

부동산 불법 입질에 오른 국회와 LH가 전혀 다른 점도 있다. 결과다. LH는 해체 수준의 조직 축소가 결정되었다. 전체 직원 1만 명 중 진주 혁신도시 내 본사 직원 다수를 비롯한 2000여 명이 내년까지 감원된다. 이번 일로 LH 업무를 정부 여러 기구들이 뜯어 나누기 때문이다. 인력 정원도 그들이 가져간다. LH를 지역 발전의 큰 동력으로 치고 있던 진주는 웅담 없는 곰 잡은 포수 심정이 되어 울분을 삼킨다. 떠나는 조직의 뒷모습만 바라볼 처지다.

하지만 국회는 아무렇지도 않다. 국회 혁신과 의원 감원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도 없다. 쇼인지 아닌지 지켜봐야겠지만 여당은 소속의원 12명을 탈당케 하는 걸로 ‘깔끔하게’ 손을 털었다. 야당도 ‘전수 조사 받겠다’고 나섰지만 역시 큰 출혈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국회는 얼렁뚱땅 그렇게 굴러갈 것이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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