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바람처럼 살다 간 이옥을 추모하며
[경일춘추]바람처럼 살다 간 이옥을 추모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21.06.1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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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진주교원단체총연합회장)
 

조선 정조 때 이옥은 꽃과 물을 사랑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선비인데 이옥처럼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사람도 드물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삶을 끝없는 긴장으로 밀어 넣어도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며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였다.

그는 정조 행차 글을 지었는데 문체가 괴이하다며 반성문을 쓰게 하고 과거 응시자격을 정지시켰다.

과거일이 다가오자 정조는 그를 군대로 보냈으나 몇 개월 복무 후 다시 과거에 응시하나 문체가 초쇄하다며 다시 군대로 보냈다.

이옥은 다시 지금의 합천서 복무하고 별시 초시에 一等하나 정조는 다시 격식에 어긋난다고 꼴등으로 강등시킨다. 그러나 그는 내면화된 문체를 굽히지 않았다.

고향 남양서 복무기록이 빠졌다고 다시 세 번째 군복무를 시키니 그의 꿈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출세를 위한 글 대신 자신의 글을 쓰기로 했다

가문의 기대와 지아비,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생각할 때 정조의 눈에 들지 못한 그의 삶은 이덕무와 반대의 처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글로 자신을 위로하던 그는 나이 50이 다 되어 거울을 보고 슬픔을 하소연하니 그 글이 ‘거울에 묻다’ 이다.

어이해 맑던 피부는 마른 나무처럼 늘어졌고 노을같이 빛나던 피부는 돌이끼의 검푸른 빛이 되었느냐! 구슬같던 눈은 어이하여 안개에 가린 해처럼 빛을 잃었느냐! 다림질한 비단 같던 이마는 어이하여 늙은 귤처럼 되었으며 풍성하던 눈썹은 촉나라 누에처럼 말랐느냐! 구름처럼 풍성하던 머리는 어이해 부들 숲처럼 황폐해지고 앵두같던 입술은 붉은빛 사라진 헤진 주머니같이 되었고 단단한 城같던 치아는 누렇게 변하고 비스듬하게 누웠느냐! 며 자기의 고생한 몰골을 한탄했다.

그러나 그는 곧 자기를 아래 글로 위로한다.

아름다움은 진실로 오래 머무를 수 없고 명예는 진실로 영원토록 함께 못한다. 쇠하여 변하는 것은 진실로 이치다. 그대는 어찌 절절히 그것을 의심하며 슬퍼하는가? 거울을 다시 보며 자기를 위로한다.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면 그뿐이라며 떠나는 바람처럼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다 갔다.

정조를 원망했을 법도 한데 아름다운 꽃은 오래가지 않음을 깨닫고 남을 원망하지 않는 그의 맑고 고운 향기에 추모의 글을 올린다.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진주교원단체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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