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트리밍(크로핑)
[천왕봉] 트리밍(크로핑)
  • 한중기
  • 승인 2021.06.16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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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으로 사진의 미학을 창시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사진가의 역할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끝난다”고 했다. 보정으로 원본을 훼손하는 것은 사진을 죽이는 일로 간주했다. 해서 사진에 검정 테를 둘러서 인화 했다. 트리밍(trimming) 금지선이다. ‘뽀샵’이 보편화된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사진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금과옥조다.

▶보도사진에서는 사진 원판을 가로 또는 세로로 자르기도 하고, 때로는 피사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각도로 잘라 여러 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한정된 지면 속에서 군더더기 없는 주제로 꽉 찬 사진이 독자의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트리밍이라 부르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주제부각을 위해 적극적으로 원본을 잘라내는 크로핑(cropping)에 가깝다.

▶정부가 지난13일 G7 정상회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남아공 대통령이 찍힌 부분을 잘라내 논란이 됐다. 원본과 달리 앞 줄 맨 왼편에 서 있던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잘려 나갔다. 문 대통령을 가운데로 배치해 돋보이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있었다.

▶논란이 일자 편집과정의 실수라며 원본 사진으로 수정됐지만, 사진 한 장의 의미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다. 과도한 크롭이나 보정작업은 자칫 엉뚱한 오해를 사거나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 편집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일 수 있는 ‘쇼통’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미학은 이미지 편집이 아닌 진정성에서 나온다./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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