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어느 사고(思考)실험에 대한 단상
[대학생 칼럼]어느 사고(思考)실험에 대한 단상
  • 경남일보
  • 승인 2021.06.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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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경상국립대 편집국장)
 

 

“1/2은 살았고 1/2은 죽었다.” 상자 속 고양이가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 있다니. 철학적으로도, 확률적으로도 모호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상태가 양자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思考)실험에서는 현재 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더라도 어떤 사건의 결과는 그것을 관찰하기 전까지는 예측할 수 없다는 확률론적 입장을 취한다. 불확정적인 상황 속, 관측과 측정이라는 활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입자의 상태가 확률로만 존재하다가 관찰자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는 순간이 곧, 측정 시 한 가지 입자로 정립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위 사고실험이 작동하는 미시세계 속 원리는 우리가 속해 있는 거시세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실험에서 ‘상태의 측정’은, 상태의 본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관찰자가 상태를 인식하는 순간 관찰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회 속 개인은 타인에 의해 본연의 모습 전부가 아닌 ‘단면’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 미시세계는, 누군가가 편집한 다른 누군가의 단편을 과연 그의 전부로 바라봐도 되는 것인지 화두를 던진다.

실험에서는 입자 자체가 가진 물리적 성질이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순간 측정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 삶에 ‘상호작용’의 의미를 제시해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소통 부재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요즘, 이 미시세계에서 던져 주는 상호작용의 메시지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각종 SNS부터 소통할 창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음에도 역설적으로 건강한 소통의 장은 펼쳐지지 않고 있다. 지역 갈등의 시대가 지나고 새로이 도래한 586 세대와 2030 세대 간 세대 갈등부터, 최근 여성 징병제를 비롯해 각종 기업 홍보물에 사용된 특정 표식을 둘러싼 논쟁 등 성별 갈등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갈등’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가능성을 내포한다지만,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실태를 적시하자면 그야말로 ‘불통’의 시대다. 이제 그만 아집의 속박에서 벗어나 인식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간극을 좁혀나가는 건 어떤가.

이예진 (경상국립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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