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 시대 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기고]코로나 시대 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 경남일보
  • 승인 2021.06.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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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민 (진주교육공동체 결 운영위원장)
 


2년째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과 돌봄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학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대부분의 초중등 학교가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원격 수업을 운영해 왔기 때문입니다. 교육 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쌍방향 원격 수업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와 플랫폼을 만들어 보급하는 데 많은 예산과 공을 들여왔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등교수업을 했다가, 여의치 않으면 빠르게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최선의 대안으로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땜질식 처방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난 1년간 학교의 규모에 따라 교육과정이 운영된 사례를 보면, 그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심각하던 시기에 큰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날보다 못 가는 날이 더 많았지만, 작은 학교(300명 이하)는 대부분 매일 등교를 하며 코로나 이전과 다름없이 교육과정을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큰 학교의 학생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작은 학교를 찾아 전학을 가는 사례가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의 규모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인다면, 학교가 위기에 처하더라도 효율적으로 대처하며 정상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2020년 발표된 OECD 국가의 학급당 학생 수 평균은 2018년도를 기준으로 초등학교 21.1명, 중학교 23.3명 수준입니다. 한국은 초등학교 23.1명, 중학교 26.7명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전체의 평균이어서 인구가 집중된 도시의 학교는 더 열악한 상황으로 학급당 31명이 넘는 교실이 전국에 약 1만 8000학급(약 60만 명)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1980년대에 비하면 개인의 소득은 약 20배가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위상에 비해 학교의 현실은 턱없이 초라한 수준을 보여줍니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출생률이 감소하고 있으니 자연히 학급당 학생 수는 줄어든다며 학급당 학생 수에 대한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학생 수 감소와 비례하여 교원 수 감축 계획도 발표한 상태인데,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 계획대로 가면 2030년에는 학급당 학생 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지금 시민사회와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학급당 학생 수 20명(유아학급 14명) 상한 법제화를 위한 입법 청원 운동이 한창입니다. 팬데믹에도 학생들이 정상 등교를 하며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자는 바람이 모이고 있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한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올바로 서야 합니다. 긴 안목으로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재정을 넉넉히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교육에 대한 투자에 너무 인색했습니다. 시민사회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마땅합니다.

정헌민 (진주교육공동체 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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