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 아날로그 감성 손편지 쓰기 눈길
경남교육청, 아날로그 감성 손편지 쓰기 눈길
  • 임명진
  • 승인 2021.06.17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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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가족 참가 두달간 82편 응모작서 40편 선정 책 출간 예정
‘어머니는 십리를 걸어가 고구마 밭에서 종일 일하고 1000원을 받아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삯 대신 고구마단을 들고 오기도 했습니다. 어두워지고 나서야 돌아오면 밥을 지어놓고 “묵어라” 한마디 해놓고는 등을 보인 채 모로 누워버리던 어머니.(중략) 조그만 딸아이를 교사로 키운 어머니는 작년 1월, 세상의 인연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셨습니다. 평생 가난에 맞서 자식을 지켜내느라 쉴 틈이 없었던 어머니는 이제 겨우 삶의 수고를 놓고 쉬고 계실 것입니다. 그 안식을 위해 오늘도 생전에 좋아하셨던 작은 꽃 한 송이 들고 납골당을 찾아갑니다.’

-진주기계공업고등학교 서미애 선생님의 편지 중에서-

 

 

경남교육청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여파로 잊혀져 가는 사람간의 그리운 정을 되살리고 따뜻한 온기를 확산하기 위해 실시한 편지쓰기 공모에 나온 편지글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17일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교육청 소속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4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두달 동안 편지쓰기 공모를 진행했다.

편지쓰기는 자기고백의 성격을 담고 있다. 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편지쓰기를 통해 일상의 회복,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그간 내면에 숨겨뒀던 경험을 진솔하게 드러냄으로써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공모 결과 모두 82편이 접수됐다. 초·중·고 교사는 물론 교육행정직, 공무직, 전문직 등 모든 교육가족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현재 혹은 고인이 된 부모님께 전하지 못한 마음, 한때는 끈끈한 정을 나누었으나 갑자기 소원해진 친구에게 전하는 고백,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자에게 전하고 싶은 선생님의 편지, 나의 마음을 움직인 선생님께 보내는 제자의 늦은 감사, 함께 근무한 동료 교사, 교직원에게 보내는 편지, 아내 혹은 남편에게 배우자로서 전하고 싶은 마음,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 위로, 성찰 등까지.

심사는 출판사 대표 등이 포함된 5인의 심사위원단이 온라인 개별 심사와 면대면 협력 심사를 병행하면서 신뢰도를 높였다. △고백적 글쓰기 △친근한 전달력 △공감 △성찰의 네 가지 심사기준에 따라 대상과 최우수상 등의 몇몇 작품을 수상하는 대신 서미애 진주기공 국어담당 교사의 작품 등 최종 40편을 선정했다. 선정 작품은 책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공모에 참여한 용남초등학교 윤정숙 교사는 “특별히 힘들었던 2020년을 돌아보며 찬찬히 편지를 써보니 선정 여부를 떠나 마음이 후련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남교육청은 앞으로도 편지쓰기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안태환 창의인재과장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사랑이고, 자기 고백이 담긴 편지쓰기를 통해 이러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취지와 목적을 잘 구현할 수 있도록 편지쓰기를 지속 하겠다”고 말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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