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우주쓰레기’의 급습
[과학칼럼] ‘우주쓰레기’의 급습
  • 경남일보
  • 승인 2021.06.20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1957년 세계 최초의 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이래 약 7000여 기의 인공위성이 우주에 올려졌고, 지금 현재도 약 800여 기의 인공위성이 지구궤도를 돌면서 통신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궁화, 아리랑, 우리별 등의 인공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들은 높이에 따라 세가지 권역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인공위성이 돌고 있는 200~2000㎞의 지구 근처의 가까운 궤도를 ‘지구저궤도(LEO)’라고 부르며, 이동통신, 정찰, 천문학 위성들이 존재한다. 2000~2만㎞의 고도는 MEO라고 분류하지만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다. 가장 높은 3만 5786㎞ 고도의 ‘정지위성궤도(GEO)’ 궤도에는 통신위성들이 돌고 있다. 이 GEO는 물리학적으로 높이가 정해져 있고, 반드시 지구의 자전축에 대해 수평으로 평행해야 하므로 통신간섭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GEO에 배치될 수 있는 정지위성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 인공위성은 200㎞ 이상의 고도인 LEO에서는 7.8㎞/sec의 속력 이상으로 날아야 지구에 추락하지 않고 계속 공전하게 된다. 지구궤도를 회전하기 시작한 물체는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회전한다. 로켓이나 압축가스 분사장치가 있어야 자신의 의지대로 우주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다.

본격적으로 우주 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부터 ‘우주쓰레기’의 양은 꾸준히 증가하다가 최근 중국의 미사일을 이용하여 위성을 우주 공간에서 폭파시키는 실험으로 3000개가 넘는 새로운 잔해가 발생한 사건과 우주개발 역사상 최초인 미국의 통신위성과 러시아의 군사위성의 충돌로 약 2000개의 잔해를 발생시킨 두번의 잔해 대량 발생 사태가 발생하였다. 위성 폭발로 생긴 파편들은 운동속도가 초속 10㎞까지 높아지기도 한다. 이런 파편들은 지름 1㎝만 되어도 시속 100㎞의 속도로 200㎏의 물체가 부딪치는 충격을 가해 운행중인 위성을 폭파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대형 위성이나 우주 정거장은 수명이 다하면 ‘우주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속도를 떨어뜨려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에 들어오면서 공기 마찰을 통해 불태워 없에거나 남은 잔해는 바다에 수장시킨다. 하지만 궤도를 돌고 있던 수명이 다한 모든 위성이 역추진 로켓을 가동하여 안전하게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우주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잔해뿐만이 아니라 위성발사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로켓의 동체 부분, 우주인들이 유영 중에 버린 도구, 그리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물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주쓰레기’만 해도 크기가 10㎝ 이상인 것이 2만개, 1~10㎝ 크기가 1만 7500개, 0.1~1㎝ 크기가 350만 개 이상이 지구궤도에서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추적 가능한 ‘우주쓰레기’의 총량을 계속해서 감시하고 있다. 같은 궤도상에 물체들이 많아지면 이들끼리 서로 충돌하는 빈도도 늘어나게 되고, 이 충돌로 인해 새로운 잔해들이 다시 도미노처럼 다른 궤도로 번져나가 새로운 충돌을 만든다는 ‘케슬러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이론이 있다. 케슬러는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물체의 밀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대규모 충돌이 발생하는 ‘임계밀도’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우주쓰레기’의 70% 이상은 ‘지구저궤도’에 몰려 있다. 국내에서도 개봉되었던 영화 ‘그래비티’는 러시아의 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우주쓰레기’들이 다른 위성들과 충돌하여 부서짐으로써 ‘잔해 폭풍’을 만들었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쓰레기’로 인한 재난에 노출된 우주비행사의 여정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였다. 아직까지는 영화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심각한 수준의 연쇄 작용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오클라호마에 살던 여성은 델타 로켓의 연료탱크 파편에 어깨를 다치기도 했고, 2006년 러시아의 정찰위성이 대기 중에서 타면서 태평양 상공으로 떨어져 270명의 승객을 태우고 비행 중이던 라틴 아메리칸 에어버스 옆으로 지나가는 사건도 있었다.

우주 개발 분야 후발 국가인 우리나라도 ‘우주쓰레기’로부터 위성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 ‘항우연’은 지난 8월부터 ‘합동우주작전센터(JSPoC)’로부터 받는 정보를 토대로 ‘우주쓰레기’의 접근거리·충돌확률 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카리스마(KARISMA)’ 운영을 시작했다.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