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시험(2)
[천왕봉]시험(2)
  • 경남일보
  • 승인 2021.06.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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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발을 디딘 것이 1995년이다. 미국서 교육학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1994년, 이후 시간강사로 뛰어 다닌 시절이었다. 부족한 개인자질이 탓이겠지만 각 대학의 사범대학이 사라진 즈음이기도 해, ‘대학선생’ 되기가 힘든 때였다. 그때 중앙일간지 몇 곳서 ‘국회 교섭단체 전문위원’ 공채 공고가 실렸다. 선발방식은 논술시험과 면접이었다.

▶자가당착 이었을까. 최종학위를 마치고 또 필기시험을 통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수치심도 일었다. “응시자 거의가 박사학위 소지자들인데. 채점은 누가하지”와 같은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으로 ‘풀 타임 잡’을 가져야 한다는 절박감에 우선될 일이 아니었다. 응모했다.

▶잠시지만 시험준비에 정성을 기울였다. 봤던 책을 다시 보기도 했고, 시사 에세이도 정리해 보았다. 무엇보다도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마음을 정숙하게 가다듬었다. 시험은 긍정적 동기를 유발시킨다. 경쟁을 통한 자신의 역량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내공을 갖게 한다. 시험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그것만 있는게 아니다.

▶선택적 학습에 따른 정서적 불안감을 야기한다. 평가에 대한 측정오차가 필연이다. 사람은 일괄될 수 없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다. 객관식에 강한 사람, 글 쓰는 주관식에 자신이 있는 사람, 각각의 반대인 경우도 있다. 변별력과 사고력 측정수단도 다르다. 선거에 시험을 획일적으로 적용시키면 부작용이 다분해진다. 참정권에 대한 철학적 해석도 양분될 수 있다. 더 다듬어져야 할 아젠다이다.
 
정승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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