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새끼치기
[경일춘추]새끼치기
  • 경남일보
  • 승인 2021.06.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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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숙 (콩살림지기)
 

 

시골의 유월은 소리의 향연이다. 누가 부르는 노래인지, 누구를 위한 노래인지? 온갖 소리들로 동네가 들썩들썩하다.

저음이 멋진 멧비둘기, 지칠 줄 모르고 깊은 밤이 되도록 울어대는 소쩍새, 호랑지빠귀 소리. 그리고 무리의 떼창은 가히 따라올 수 없는 개구리 소리가 빠질 수 없다. 숫자의 힘은 막강해서 개구리가 다른 소리를 다 집어삼킬 듯 왕성하게 울어대는 계절이다.

가끔은 저 소리들로 시끄러워 잠 못 이루며 무척 힘들었는데 변함없이 때가 되면 들려주는 소리에 안도감마저 든다. 밤길을 걸으며 나는 곧잘 상념에 빠지곤 하지만 저들의 내심은 종족번식을 위한 치열한 구애 소리라고 하니….

사랑에 갈급한 녀석들, 그저 감상적일수만은 없다. 짝을 만날 때까지 있는 없는 힘 다 끌어 모아 소리를 내야하고 짝을 만나면 천적을 피해 집을 짓고 새끼를 쳐야한다.

그러고 보니 꼭 이맘 때쯤이면 우리 집에 손님처럼 찾아오는 박새가 있다. 구석진 곳에 우리가족이 모르게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친다. 생명을 낳고 키우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집에 찾아온 어미 새를 가만히 보면 새끼가 날 수 있을 때까지 책임을 다하고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숭고하게 여겨진다. 본성에 따른 행위라지만 새끼를 낳고 키우는 정성과 사랑은 거룩하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이들은 어미가 되어 찾아올 것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저 개구리 소리처럼 아이들 소리로 동네가 시끌벅적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없어 동네가 적막하다. 그 많던 아이들이 어디로 간 것일까? 사람도 새처럼 귀소본능이 있을 텐데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없다. 더구나 이 시대 청년들은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고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술을 마신다.

생명들은 제 먹을 것은 제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가 알아서 다 큰다고 하신다, 젊을 때는 인정하기 어려웠는데 나이가 들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먹는 것도 크는 것도 결국은 아이가 하더라는 것. 좌충우돌 하면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새끼치기에 좋은 환경은 커다란 집이나 성능 좋은 차가 아니라 부모의 따뜻한 품과 사랑이 중요하기에 이 유월, 이 자연의 소리 향연에 지휘자인 사람의 인정과 행복한 웃음소리가 함께 하기를 소망해본다.

박종숙 (콩살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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