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대통령 의전비서관
[경일시론] 대통령 의전비서관
  • 경남일보
  • 승인 2021.06.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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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형식과 ‘폼’을 갖춰야 할 공식행사가 아니라도 개인간의 만남에 범절을 갖춰야 할 때가 있다. 꼭 그래야 할 일은 아니겠지만 일정한 예법을 따르는게 좋다. 식사를 하거나 회의를 하는 경우 초청받은 주빈이 출입구가 보이는 먼 쪽의 가장자리, 창이 있는 곳에서는 그것을 볼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하는 것이 그런 것들이다. 비서를 둔 직위에 있는 사람의 전화연결은 일방의 한사람이 기다리지 않도록 동시에 ‘컨택’토록 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의식이 많은 정부에서는 의전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어 각 부처에 권장하고 있다. 외교부가 한다. 실용과 효율이 점증되는 트렌드에 고리타분한 ‘꼰대’같은 소리같지만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엄중한 사안을 두고서는 의전 부실이 빌미가 되어 예기치 못한 엄청난 화가 닥치기도 한다.

국가대 국가, 외교에 있어서는 그 엄숙함이 더한다. 우방과 동맹이라도 예외일 수 없다. 개인간의 친숙이 통용될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원수나 행정부 수반 등 정상외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방문국의 문화를 기반으로 숙소나 회의장소, 참석자 규모나 직위, 만찬을 비롯한 각양의 연회 등 정상간 교류에 있어 한치, 한편의 불편함과 어색함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좋아하는 음식은 말 할 것도 없고, 마시는 물과 사용하는 변기까지 사전 점검의 대상이 된다. 최상의 기분유지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불문적 가치, 국익(國益)이 전제되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실무자는 나라의 최고, 최상의 의전 전문인이 맡아야 한다는 당위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조백자와 고려청자에 티끌 하나가 묻은 모습과 그렇지 않은 현상을 한 눈으로 파악이 되는, 걸음걸이 관찰로 건강상태와 주력까지 가늠하는 운동부 감독의 통찰력, 포장지 재질로도 진품과 모조품을 가려내는 각 분야 감정사들과 같은, 그 이상의 경지를 가진 ‘프로’가 맡아야 할 직분이다. 그 자리가 대통령 의전비서관이다. 일정관리와 수행임무를 맡은 ‘가방모찌’가 일할 자리가 아니다. 각국의 고유문화와 전통, 정상의 성장과정과 인간적 취향, 국제적 정치 및 역학, 비즈니스 아젠다를 한 눈에 궤차고 있어야 가능한 직무다. 지금은 공연예술 분야에 종사한 사람이 그 일을 한다. 개인역량을 평가할 일이 아니다. 그 필드서 잔뼈가 다져진 사람이 할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판문점에서 열린 김정은과의 회담 후 열린 환송연에 ‘레이져 쇼’가 등장했다. KAI 본사가 있는 사천에서의 대통령 참석 ‘국산 전투기 시제 1호기 출고식’은 ‘보여주기’ 연출이라는 시선이 주류다. 출고식을 위해 완성되지도 않은 전투기에 페인트만 입혔다는 말들 때문이다. 임대주택 ‘쇼통’은 어떤가. 공공주택 100만호 준공 기념으로 대통령이 방문한 집에 보증금의 몇 배에 달하는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 ‘쇼룸’을 연출했다. 측면도 보자. 청와대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유난히 연예인 참석이 많다. ‘청년의 날’ 행사에 외국서 분투하는 방탄소년단까지 귀국토록 종용했단다. 답례로 손목시계 하나 증정이 모두였다고 자찬도 하였다. 권력의 날개를 가진 지금은 무사하지만, 직권남용 굴레가 씌워질지 모를 일이다. 모두 현재의 의전비서관이 기획하고 주관했단다.

의전도 한편은 소통이다. 유연한 그것을 위해 유난한 수단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쳐 보인다. 작위적 꾸밈이 들통나면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그 대상은 실재하는 국민이다. 궁금하다. 단임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이 왜 그런 쇼를 선호하는지. 또 궁금하다. 지난달 대통령 방미 후 귀국 시, 대통령의 어깨 한 켠쯤 뒤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트랩을 내린 의전비서관 모습에 그 내부에서는 어떤 지적이나 언급이 없었는지.

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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